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판례 평석

간통을 목적으로 남편이 없는 틈을 이용해 부인의 동의를 얻어서 아파트에 들어가 불륜행위를 저지른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

다음 두사지 사례를 생각해 보자.

①피고인은 피해자의 아내와 내연관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피해자의 일시 부재중 피해자의 아내로부터 출입 동의를 받고 피해자와 그 아내의 공동주거에 3차례 들어가 피해자의 아내와 부정(不貞)한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주거침임죄로 기소당했다.

②피고인 A는 자신의 부인과 가정불화로 이 사건 아파트에서 나갔다가 약 한달 후 그의 부모들과 함께 이 사건 아파트에 방문하였다. 그러나 당시 집을 보고 있던 처제가 출입문을 열어주는 것을 거절하자, A와 그의 부모는 출입문 걸쇠를 내리치고 문고리를 흔들어 출입문 걸쇠가 떨어져 나가게 하였고, 피고인들은 아파트에 들어갔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공동재물손괴와 공동주거침입 등으로 기소하였다.

위 두 사례의 경우 피고인들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두 사례 모두 ‘타인이 공동거주자 중 1인의 동의를 받고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주거침입죄는 사람이 주거ㆍ관리하는 건조물ㆍ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거나, 이러한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범죄를 말한다(형법 제319조). 주거는 개인의 사생활의 근본이 되는 것으로, 헌법상 주거의 불가침을 보장하고 있고(헌법 제16조), 형법은 이에 따라 주거의 평온ㆍ안전을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대하여 ‘주거권설’과 ‘사실상 평온설’이 대립하고 있는데, 주거권설은 자신이 생활하는 주거공간에 타인의 출입이나 체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독일에서 채택하고 있고, 사실상 평온설은 주거의 공동생활자 전원의 주거에 관한 사실상 지배관계의 평온이 침해된 경우에만 주거침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으로 우리 판례와 다수설이 따르고 있다.

우리 대법원은 그동안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주거자 또는 간수자가 건조물 등에 거주 또는 간수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는 범죄의 성립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며, 점유할 권리 없는 자의 점유라 하더라도 그 주거의 평온은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권리자가 그 권리를 실행함에 있어 법에 정하여진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건조물 등에 침입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8. 5. 8. 선고 2007도11322 판결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14643 판결 등)’거나, ‘남편이 일시 부재중 간통의 목적 하에 그 처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도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간통의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여지므로 처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한 지방법원에서 “피고인이 B씨가 남편과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거에 간통을 목적으로 3차례 들어간 사실은 인정되지만, B씨가 문을 열어 들어오도록 한 것은 공동거주자 중 한명의 승낙을 받고 들어간 것이므로 주거를 침입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위 지방법원 판결은 과거 대법원의 판결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대법원 판결이 변경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위와 같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거쳐서 주거침입죄에에서 말하는 침입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면서 과거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다.

즉,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결한 것이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고,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 ②의 경우에도 대법원은 주거침입 부분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그의 출입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금지한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면서 공동주거에 들어가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공동생활의 장소 출입이 이를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를 이용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면서 공동주거에 들어가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는 것이다. 따라서 주거권자인 A는 물론 그의 동의를 얻어서 들어간 A의 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위 대법원 판결은 다수견해에 의한 것이고, 여전히 주거침입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있다. 어떻든 변경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할 경우 위 두 사례에서 주거권자는 물론 주거권자의 동의를 얻어서 주거에 들어간 피고인들에게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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