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2일 헌법재판소의 장기미제사건을 지적하며 “지나치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며 “헌재의 지연된 심리ㆍ장기미제는 국민의 기본권을 묵살하는 사법유기”라고 질타했다.

고검장 출신인 소병철 국회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날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소병철 의원은 헌법재판소로부터 받은 <2021. 8. 31. 기준 심리 기간별 미제 사건 현황> 자료를 공개하면서, 2021년 8월 31일 기준 헌법재판소의 180일 도과 미제 사건은 130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리 기간별 미제 사건은 ‘180일 경과 1년 이내’가 336건, ‘1년 경과 2년 이내’가 393건, ‘2년 경과 5년 이내’가 260건, ‘5년 경과’한 초장기미제사건은 14건이다. 그 중 최장 미제 사건은 심리일이 3483일에 이른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 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처리 지연과 관련해 소병철 국회의원은 최근 별세한 긴급조치 피해자 오종상씨(이하 고인)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빨랐다면 억울함을 풀고 가셨을 것”이라며 “헌재의 지연된 심리ㆍ장기미제는 국민의 기본권을 묵살하는 사법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긴급조치 1호 피해자인 고인은 2010년 1월 재심 결정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후, 국가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6년 5월 대법원은 “고인이 당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한다”며 고인의 소를 각하했다.

이후 고인은 2016년 6월 10일 헌법재판소에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12항에 관한 위헌소원을 제기했으나, 2년 2개월여가 지난 2018년 8월 30일에야 위헌결정이 났다.

고인은 다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1년 9월 30일에야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고인은 선고일로부터 불과 4일이 지난 2021년 10월 4일에 별세했다.

소병철 국회의원은 “2014년 4월 16일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관한 위헌소원이 처음 제기됐다”며 “헌법재판소가 위 사건에 대해 법에서 정한 처리기간 180일을 준수했거나, 조금이라도 빨리 결정을 했더라면, 고인이 한을 풀고 가셨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소병철 의원은 또 “7번방의 선물 주인공 고(故) 정원섭씨도 정부를 상대로 한 헌법소원 심리 중이던 올해 3월 별세했다”며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접수된 헌법소원에 대해 계속 판단을 미루어오다가 고인이 별세하시고 6개월 뒤인 올해 9월 30일에 고인의 사망을 이유로 각하했다. 헌법재판소가 오히려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소병철 국회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나 법 개정을 기다려서 결정을 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소병철 의원은 “헌법재판관 9인의 취임사 어디에도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겠다는 각오나 의지 표명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98헌마75 결정처럼 신속한 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눈 감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소병철 의원은 “지나치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적시에 사건을 처리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미 지연되고 있는 장기미제 사건의 해결과 향후 장기미제 사건들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병철 의원은 재판지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으로 “첫째, 헌법재판소 스스로 장기미제사건의 방치는 독일 헌법재판소처럼 헌법 위반임을 스스로 선언하고, 둘째, 30개월이 넘어간 장기미제사건은 장기미제사건해소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속히 선고하며, 셋째, 국회에 매년 장기미제사건에 대한 이유와 해소방안을 포함한 상세한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넷째, 독일이 도입한 재판지연보상법의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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