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법조인협회(회장 최건)는 2일 “대법원의 대한변호사협회 사찰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검찰에 부적절한 사찰 문건 등에 대해 즉시 압수ㆍ수색 절차를 밟으라고 촉구했다.

대한법조인협회(대법협)는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법조인단체다.

대법협은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던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와 하창우 전 변협회장을 뒷조사한 정황이 밝혀져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시 대한변협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활을 걸던 상고법원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는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위와 같은 반대의견을 낸 대한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대한변협 대응방안 검토’, ‘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 방안’라는 문건을 만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법협은 “우선, 사법부가 불순한 의도로 문건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부적절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우리를 더 경악하게 하는 것은 문건 속에 적시된 대응 방안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위 문건 속에는 “변호사 업계를 압박하기 위해 국선전담변호사의 비중을 늘려 사선 변호사의 수임을 줄이는 방안, 변호사에 대한 인사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 국선변호인 공탁금을 줄이는 방안, 대한변협신문에 게재하는 대법원 정책광고를 끊는 방안 등이 적시돼 있다”고 전했다.

또 “하창우 전 변협회장의 수임내역을 조사해 특정 언론사에 제공하는 방안, 하 전 협회장의 탈세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수임자료를 국세청에 제공하는 방안, 하 전 협회장을 ‘정치꾼’ 등으로 평가하는 여론을 변호사업계에 퍼뜨리는 방안, 하 전 협회장에 반대하는 세력과 손잡아 대한변협을 소외시키는 방안 등도 기재돼 있다고 한다”며 문건 내용을 거론했다.

대법협은 “이러한 법원행정처의 행태는 단순히 하창우 전 협회장 뿐 아니라 모든 변호사들과 관련이 있다. 대법원이 법조삼륜의 한 축인 변호사들의 수장의 사생활을 부당하게 뒷조사한 점, 법조 현안에 자신들의 목소리만을 반영하기 위해 변호사들을 들러리로 세우려 한 점, 대한변협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변호사들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점 등 모두 변호사들의 명예와 위상을 추락시킬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별도의 범죄가 성립될 수 있는 용서 받기 어려운 행태”라고 분개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문건에 적시된 내용이 실제로 시행됐다는 점”이라며 “문건대로 2015년 변호사대회에 (양승태) 대법원장이 불참했고, 서울지방국세청은 2016년 하창우 전 협회장에 대해 실제 세무조사를 했다. 또한 국선변호인의 보수 삭감, 하 전 협회장에 대한 비방성 기사 보도, 대한변협신문의 광고 중단 등이 모두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협은 “하창우 전 변협회장 및 당시 집행부는 재임 기간 동안 일부 과가 존재하기는 하나 사법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 전 협회장은 ‘하위 법관 실명 공개’,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사법시험 존치’, ‘변호사 윤리규약 개정’ 등을 공약으로 해 협회장으로 당선됐고 재임기간 동안 위 공약들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런데 위와 같은 개혁 방안은 외부 세력의 방해 및 사법부의 비협조 등으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에 당시 대법원 및 이에 동조하는 세력들의 개입 내지는 조직적 방해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대법협은 “대법원 자체 조사단은 지금이라도 대한변협 대응방안, 대한변협 협회장 관련 대응 방안 등의 문건을 상세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위 문건 작성에 관련하고 실제 실행에 옮긴 담당자들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을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대법협은 “그리고 검찰은 더 이상 대법원의 임의 제출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즉시 관련자들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부적절한 사찰 문건 등에 대해 즉시 압수ㆍ수색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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