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이 독립유공자인 아버지와 30년 이상 동거하며 부양한 아들에 대해 다른 형제들 보다 특별히 부양했다고 봐, 선순위유족인 ‘독립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A씨는 독립유공자(애국지사)로 등록된 아버지가 2019년 10월 사망하자 서울지방보훈청에 자신이 아버지를 주로 부양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했다. A씨는 유족 1남 3년 중 셋째다.

하지만 서울보훈청은 2020년 3월 A씨에게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 비해당결정 처분을 했다.

보훈청은 “A씨가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부양했던 것은 사실이나, 당시 아버지는 자가에 거주하면서, 애국지사로서 보상금을 받고 있었으므로, A씨의 경제적 부양 없이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다”며 “A씨가 사회통념상 자녀로서 기대되는 일반적 도리를 넘어 아버지와 생활공동체를 이루어 아버지의 삶에 특별히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A씨는 “아버지와 평생 동거하며 돌아가실 때까지 성실히 간병하고 부양했다”면서 “독립유공자법 제12조 4항의 ‘독립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판단을 내린 서울지방보훈청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독립유공자법에 의하면, 독립유공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 중 선순위자 1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보상금을 받을 유족의 순위는 배우자, 자녀, 손자녀, 며느리의 순서를 따르며, 만일 같은 순위자가 2명 이상일 경우 같은 순위 유족 간에 협의로 같은 순위 유족 중 지정된 1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 우선하되 독립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우선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재 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승재 판사는 “독립유공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독립유공자법에 정한 ‘독립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이란 부양기간 및 내용, 부양자와 독립유공자의 관계, 다른 유족들의 부양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같은 순위의 유족들 가운데 특히 부양자에게 보상금 수급권을 수여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유족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독립유공자를 부양한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승재 판사는 “A씨는 결혼하기 전부터 아버지와 동거했고, 1987년 결혼한 이후에도 아버지가 (2019년 94세로) 사망할 때까지 함께 거주하면서 부양했다”고 인정했다. A씨도 현재 60대.

이 판사는 “A씨의 아버지는 2008년부터 각종 질환 등으로 보훈병원 등에서 수술을 받아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기간 중 대부분 A씨가 함께 병원을 방문하거나 아버지의 간병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재 판사는 또 “은평구청장은 2017년 8월 광복절을 기념해 A씨의 배우자에게 ‘애국지사인 A씨의 아버지를 장기간 지극정성으로 봉양해 타의 모범이 됐다’는 이유로 표창장을 수여했다”며 “며느리의 모범적인 봉양사실이 주변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시 동거 상황 등을 고려하면 A씨와 배우자가 아버지를 성실히 부양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승재 판사는 “고인은 생전에 딸들에게 보훈보상금은 아들이 지급받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2016년 5월 국가보훈처에 ‘30년간 자신과 배우자를 부양한 아들이 보훈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하는 등, 장기간 자신을 부양한 아들이 보훈보상금을 받게 되기를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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