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이 삼성화재해상보험에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를 계승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며, 삼성화재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평사원협의회는 삼성화재보험 회사 내 진성노조의 설립을 사실상 저지해 왔고, 그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받는 등 이른바 삼성 ‘어용노조’로 평가해 제동을 건 것이다. 

삼성화재해상보험(대표이사 최영무)에는 삼성화재노동조합과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동조합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2020년 2월 설립된 삼성화재노조는 삼성화재해상보험과 2020년 8월 단체협약을, 2021년 1월에는 임금협상을 체결했다.

여기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를 알아야 한다. 이 단체는 1987년 12월 삼성화재해상보험과 평사원협의회 사이에 협의에 의해 설립됐다. 합의서에는 “회사의 합리적인 발전을 위해 노조를 대신해 평사원협의회를 구성 운영한다”는 내용 등이 있다.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는 2021년 3월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설립신고서와 규약을 검토한 서울지방노동청은 3월 25일 노동조합법에 따라 보완기한을 4월 14일로 정해 규약 보완을 요구했다.

그런데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는 바로 다음날인 3월 26일 서울지방노동청에 보완요구 사항이 반영된 규약을 제출하고, 3월 31일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삼성화재노조는 지난 3월 25일 삼성화재해상보험에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회사는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이에 삼성화재노조와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가 삼성화재해상보험에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삼성화재보험은 삼성화재노조,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 등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했다.

이후 이들 단체가 자율적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지 못하자, 삼성화재노조는 지난 4월 3일 삼성화재해상보험에 자신이 과반수 노조임을 통지했고, 회사가 이를 공고했다.

그러자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가 즉각 자신이 과반수 노동조합임을 주장하며 삼성화재보험을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과반수노동조합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지난 5월 13일 이의신청을 인정해 “삼성화재보험의 교섭단위에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가 과반수 노동조합으로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삼성화재노조가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6월 30일 기각 결정 됐다.

이후 삼성화재해상보험은 현재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와 2021년 임금협약에 관한 단체교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삼성화재노조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단체교섭중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는 삼성화재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삼성화재노조는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설립총회 결의에는 공고, 소집 절차가 누락되고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위법이 있고, 서울지방노동청의 보완요구에 따라 규약을 개정함에 있어서도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조합원 14명의 서명만으로 개정한 위법이 있는 등 설립 및 규약 개정 절차에 중대한 흠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가인의 전신인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는 1987년 12월 설립된 이래 채무자(삼성화재해상보험)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으면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는 등 채무자 회사를 위해 활동해 왔는데, 참가인은 평사원협의회와 그 실질이 동일한 이른바 ‘어용노조’ 또는 ‘친사노조(親社勞組)’로서 노동조합으로서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돼 설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삼성화재노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진정한 노동조합이라고 볼 수 없는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어, 단체교섭중지가처분을 구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사)는 지난 9월 3일 삼성화재노조가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중지가처분 신청사건에서 “채무자는 보조참가인과 단체교섭을 해서는 안 된다”며 삼성화재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설립은 절차적 흠이 중대해 무효로 볼 여지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채무자는 삼성화재해상보험, 참가인은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동조합이다.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는 “서울지방노동청의 규약 보완요구에 따라 지난 3월 26일 당시 조합원 14명 전원이 참가한 카카오톡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규약 변경에 관한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어 14명 전원의 찬성으로 규약 변경 안건을 적법하게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는 지난 5월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지방노동청에 문의한 결과 규약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 필요가 없다고 해 이를 열지 않고 규약을 개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또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가 보완 요구를 받은 사항들은 ‘조합원 및 대의원 지위 부여 여부, 노동조합 해산 여부, 규약 제정ㆍ변경, 해산결의’ 등 노동조합으로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운영 및 조합원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일 뿐만 아니라, 보완요구 대상이 된 조문의 수가 적지 않아 정해진 보완기한도 2021년 4월 14일까지로 상당한 기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는 보완 요구를 받은 다음날 해당 사항 전부를 보완한 규약을 제출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대표노조 재심절차 당시 참가인 측 대리인은 ‘참가자 대표자와 함께 3월 26일 서울지방노동청을 방문해 감독관으로부터 규약 문구를 어떻게 변경해야 하는지를 받아 적은 후, 신ㆍ구 조문 대조표를 작성해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 사정들을 종합하면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의 보완요구에 따라 규약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임시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설령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주장과 같이 규약 변경에 관한 임시총회가 실제로 개최된 것으로 보더라도, 참가인이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한 조합원명부에 의하면 설립신고서가 제출된 2021년 3월 22일 기준 조합 가입자 수는 135명으로 확인된다”며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가 주장하는 14명만이 참여해 열린 임시총회 결의에는 노동조합법 제16조가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중대한 흠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가입자 수는 임시총회 개최 전일인 2021년 3월 25일 기준으로는 1195명, 총회 당일인 26일에는 1290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임시총회 개최일인 3월 26일 당시 삼성화재평사원노조의 조합원을 총 14명으로 보더라도,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규약 변경은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해야 한다”며 “참가인은 카톡 메신저 단체 대화창에서의 임시총회 당시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해 결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소명자료 없이 14명 조합원들이 자필로 실명과 함께 ‘규약 변경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기재한 서류만을 제출했을 뿐이므로, 규약 변경 결의가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의 규약 보완 요구에 응해 적법하게 규약을 개정ㆍ제출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완 요구 사항이 노동조합인 참가인의 운영 및 조합원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인 점을 고려할 때, 서울지방노동청의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에 대한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 및 참가인의 노동조합 설립은 무효로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평사원협의회는 1987년 12월 삼성화재보험과 합의서에 의해 설립됐는데, 합의서에는 ‘평사원협의회가 사우회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권고해 대회에서 사우회 해산이 결의되면 평사원협의회가 사우회를 통합운영하는 것으로 하고, 회사의 합리적인 발전을 위해 노조를 대신하는 평사원협의회를 구성ㆍ운영하며, 합의서에 규정된 평사원협의회의 성격ㆍ조직ㆍ단체행동권 등을 근간으로 삼성화재보험과 협의해 평사원협의회의 규정을 제정한다’고 하는 등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심히 해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평사원협의회는 설립 이후 2019년까지 삼성화재보험과 사이에 단체협약과 유사한 내용으로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오는 등 삼성화재 내 진성노조(眞性勞組)의 설립을 사실상 저지해 왔고, 그 과정에서 평사원협의회의 공식행사나 산하 동호회 등의 운영과 관련해 삼성화재보험으로부터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2012년 공개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삼성그룹 ‘비노조 경영’ 방침을 구체화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서는, 평사원협의회와 같은 노사협의회를 ‘노조 설립시 대항마로 활용’ 한다거나, ‘유사시 친사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육성ㆍ활용하도록 하고 있고, 이러한 내용이 실제로 삼성그룹 내에서 지속적으로 실행돼 옴으로써 삼성화재노조가 2020년 2월 설립되기 전까지는 삼성그룹 내에 진정한 노동조합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대표자는 지난 3월 22일 조합을 설립하면서, 삼성화재보험 임직원들에게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는 33년 역사의 평사원협의회를 계승한 조직으로 삼성화재보험 임직원들에게 익숙한 평사원협의회의 기존 직급ㆍ조직ㆍ제도를 그대로 사용한다. 회장, 부회장, 사무처장, 운영부장의 직함은 물론 분회 및 분회장 명칭 또한 변함없이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며 “실제로 지난 3월 22일 당시 평사원협의회와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의사결정 및 집행기관의 인적 구성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직함까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노동조합 설립절차가 완료되고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돼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활동이 궤도에 오른 후인 지난 4월 14일에야 평사원협의회는 해산됐다”며 “결국 단체교섭중지가처분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삼성화재보험이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의 노동조합 지위를 인정하면서 그와 단체교섭을 진행해 2021년 임금협약을 체결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점 등 기록에 의해 소명되는 제반 사정에 비춰 볼 때, 본안판결에 앞서 삼성화재보험으로 하여금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금지할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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