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웃한 토지 경계 문제로 다투어오다 타인이 인접한 밭에 심은 콩을 거둬간 사건에서 피고인은 착오 등을 주장했으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절도죄를 인정했다.

춘천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강원도의 모 마을에서 서로 인접한 토지를 경작하면서 토지 경계 문제로 수년 전부터 다투어 오던 사이다.

이에 B씨가 2018년 5월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의뢰해 A씨 소유의 토지와 자신 소유의 토지의 경계를 측량한 적도 있으나, A씨가 이를 무시하며 경계 말뚝을 뽑아 버리는 등의 행위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A씨는 2019년 10월 B씨가 임대받아 경작하고 있는 밭에서 B씨가 심어 놓은 시가 30만원 상당의 서리태 콩 27단을 꺾어 갔다.

이로 인해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콩은 B씨가 나의 경작지에 심어 경작한 것으로, 소유권이 경작지의 소유자인 나에게 있어 절도죄 성립에 요구되는 재물의 타인성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또 “콩이 심겨 있던 곳이 피해자(B)의 경작지라고 하더라도, 콩이 나의 경작지에 심겨 있었다고 착오하고, 나의 소유라고 오신해 콩을 가져온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인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2020년 10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박진영 판사는 “설령 피해자(B)가 콩을 심어 경작한 곳이 피고인 소유의 경작지라고 하더라도, 콩의 소유권은 경작자인 피해자에게 귀속되므로, 콩은 타인 소유의 재물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은 콩의 경작자가 피해자임을 알면서도 피해자 몰래 임의로 가지고 간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위법한 것으로 정당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진영 판사는 또 “설령 피고인이 콩을 자신의 소유로 오인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경작지인 토지 및 그에 인접한 피고인의 토지 위치, 콩이 심겨져 있던 위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경작지 경계 등에 관한 분쟁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피해자는 내 소유 토지의 경계를 침범해 몰래 서리태 콩을 심었다. 그래서 내 토지에 있는 콩을 수확할 당시 일꾼들이 피해자의 콩까지 함께 수확하게 된 것”이라며 “따라서 피고인은 다른 사람의 재물을 절취한 것이 아니고,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도 없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춘천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청미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국가로부터 임대한 토지에 콩을 심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가 콩을 심은 사실뿐만 아니라 콩이 심긴 위치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농산물은 설령 타인의 토지에서 경작되었다 하더라도 그 소유권이 경작자에게 있다”며 “피해자가 심은 콩은 피해자의 소유이고, 피고인이 일꾼을 고용해 자신이 경작한 콩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심은 콩까지 함께 수확하도록 한 이상, 피고인은 피해자의 콩에 관한 소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수확한 콩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콩을 절취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되고,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 의사도 인정되므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에게 콩을 반환하거나 콩값을 변상하지 않고 있는바, 제반 양형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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