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의대생의 향후 수입을 배상할 때는, 그가 의사로서 종사하며 얻을 수 있는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에 따르면 의과대학 본과 3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던 A씨는 2014년 9월 천안 동남구의 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음주운전을 한 B씨의 차량에 치였고, 11일 뒤 숨졌다. 당시 A씨는 만 24세 5개월이었다.

A씨의 부모는 “사고가 없었다면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65세까지 의사로서 수입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고차량이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일실수입을 계산해 1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서봉조 판사는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보험사는 A씨 부모에게 4억 8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양측이 항소했고, 2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황현찬 부장판사)는 2016년 10월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사고로 인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2014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보고서의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25∼29세 남자 전직종 월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A씨의 일실수입을 산정했다.

일실수입(逸失收入)은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피해자가 잃어버린 장래의 소득을 말한다.

그 이유로 “학생과 같이 불법행위 당시 일정한 수입이 없는 피해자의 장래 수입상실액은 일반노동임금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피해자의 학력이나 경력 등을 참작해 그 수입을 책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장차 피해자의 수입이 증가될 것임이 상당한 정도로 확실시되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참작할 수 있다”면서도 “A씨가 졸업 후 의사로서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사정을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7월 15일 의대생 A씨 유족이 교통사고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 손해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사망한 피해자의 일실수입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할 당시에 피해자가 종사하고 있던 직업의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사고 당시 일정한 직업의 소득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수입상실액은 보통사람이면 누구나 종사해 얻을 수 있는 일반노동임금을 기준으로 하되, 특정한 기능이나 자격 또는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장차 그에 대응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통계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의과대학 등과 같이 전문직을 양성하는 대학에 재학 중인 피해자가 장차 전문직으로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연령, 재학기간, 학업 성과, 전공학과, 전문직을 수행하기 위한 자격의 취득가능성 등 피해자의 개인적인 경력은 물론 전문직을 양성하는 대학 졸업생의 졸업 후 진로, 취업률 그 밖의 사회적ㆍ경제적 조건을 모두 고려해 경험칙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는 사고 당시 의학과 본과 3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었고, 예과 2년간 학점 평균은 3.16, 본과 3학년 1학기까지 본과 학점 평균은 3.01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두었고, A와 같은 의과대학에 입학해 유급이나 휴학 없이 본과 3학년 2학기까지 등록한 학생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이 92%∼100%였다”고 짚으며, “이러한 사실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와 같이 피해자가 전문직을 양성하는 대학에 재학 중 사망한 경우에 전문직으로서 소득을 얻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면 전문직 취업자의 일반통계에 의한 수입의 평균 수치를 기초로 일실수입을 산정해야 하므로, 일반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과 봤다.

재판부는 “A는 장차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로서 종사할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 따라서 원심은 전문직 양성 대학에 재학 중 사망한 피해자의 연령, 재학기간, 학업 성과, 전공학과, 전문직을 수행하기 위한 자격의 취득가능성 등 피해자의 개인적인 경력은 물론 전문직 양성 대학 졸업생의 졸업 후 진로, 취업률 그 밖의 사회적ㆍ경제적 조건을 기초로 피해자가 전문직으로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지를 심리해,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을 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이 A의 일실수입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보고서의 대졸 이상 전직종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은 일실수입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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