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성행위 중 콘돔 등 피임도구를 몰래 제거하거나 훼손하는 이른바 ‘스텔싱(stealthing)’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이 국회 최초로 발의됐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9월 15일 “피임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상대방을 속이거나, 성행위 중 피임도구를 몰래 제거하거나 훼손하는 ‘스텔싱’ 범죄를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비동의 간음’을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검사장 출신인 소병철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등검사장 출신 소병철 국회의원
고등검사장 출신 소병철 국회의원

소병철 의원에 따르면 ‘스텔싱’(stealthing)은 콘돔 등 피임도구의 사용에 관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를 사용하지 않거나 몰래 제거 또는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일컫는 용어로, 원치 않는 임신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및 매독 등의 성병에 노출될 위험을 높여 신체적ㆍ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독일ㆍ스위스ㆍ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스텔싱을 ‘동의가 없는 성행위’로 평가해 성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지난 2월 우리 법원에서도 ‘동의 없이 성적 보호장치를 제거하고 성관계를 계속한 행위는 임신 및 성병을 예방하고 안전한 성관계를 희망한 상대방을 속여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시해 스텔싱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실제로 A씨는 연인이었던 B씨가 성관계 중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고 피임도구(콘돔)을 제거하고 성관계를 계속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 2월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17단독 임범석 부장판사는 A씨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해 “B씨는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형사처벌 규정은 없어 성범죄로 다뤄지지는 못했다.

이에 소병철 의원은 ‘스텔싱’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처음으로 마련해, ‘피임도구에 대한 사용동의’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구성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우리 국회에 제출된 스텔싱 범죄에 관한 최초의 법안이다.

소병철 의원은 “성범죄의 보호법익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가 성범죄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콘돔 등 성적 보호장치’의 사용여부도 ‘성관계의 동의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병철 국회의원은 상배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비동의 간음’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소병철 의원은 “현행 형법과 판례로는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에까지 폭행ㆍ협박이 이러야 강간죄로 처벌된다는 점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더 큰 피해를 감수하게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 의원은 또 “피해자가 심리적 포기와 두려움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저항을 하지 않을 경우 강간죄로 처벌하기 어렵고, 범행 과정에서 폭행이 이뤄지더라도 정도가 약할 경우 처벌이 어렵게 되는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재판 과정은 ‘가해자의 강간여부’가 아니라 ‘피해자의 적극적인 구조요청이나 반항 유무’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돼, 2차 피해의 문제점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병철 의원은 짚었다.

이에 개정안은 강간죄의 성립요건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행위’로 하고, 이와 관련된 범죄인 유사강간(형법 제297조의2)죄와 미성년자에 의한 간음(형법 제302조)죄도 취지에 맞게 정비했다.

소병철 의원은 “자신의 성적 의사가 존중되지 않는 성적 교류는 그 자체로 폭력적인 행위”라며 “성폭력처벌법과 형법 개정안을 통해 상대방의 동의 없이 행해지는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하고자 한 것”이라고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소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특정 성별이 아닌, 남녀 모두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성범죄는 ‘상대방의 동의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세계적 흐름에 맞춰가며 성범죄 처벌 규정을 보완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소병철 의원은 다만 “강력범죄에서 여성피해자의 비율은 약 90%에 달하는데다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페미사이드(Femicide)’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라고 언급하며, “범죄에 취약한 여성에게 안전하고 두렵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촘촘히 제도개선 방안을 계속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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