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SK이노베이션이 인적분할의 방식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하고 SK배터리를 상장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SK이노베이션의 소액주주보다 동일인 또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큰 문제가 있다. 그 외에도 신설정관을 살펴본 결과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는 다수의 독소조항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5일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ESG 경영과 상반되는 SK배터리 신설정관’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SK배터리의 신설정관은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내세우고 있는 ESG(친환경ㆍ사회적 책임ㆍ경영지배구조 개선) 경영과는 상반된 내용을 수두룩하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SK이노베이션은 16일 주주총회를 통해 배터리사업 부문과 E&P(Exploration & Production, 석유개발) 사업부문을 각각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주식회사(가칭)로 물적분할을 내용으로 하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에 대해 원안대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분사 안건이 가결되면서 다음달 1일부로 두 신설법인이 각각 공식 출범하게 됐고, SK이노베이션은 두 회사의 지분 100%를 가지게 된다.

SK그룹 홈페이지 내 경영철학 소개 캡쳐.
SK그룹 홈페이지 내 경영철학 소개 캡쳐.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SK배터리의 신설정관에 대해 대규모 상장법인에 걸맞지 않은 문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신설정관 제8조 제2항을 보면 회사는 의결권 배제 또는 제한에 관한 주식, 전환에 관한 종류주식 등의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며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정관이 보통주식과 배당우선주식의 발행만 허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설회사 정관에서 의결권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이사의 선ㆍ해임, 정관변경, 합병 및 분할 등과 같이 주주총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관해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의 발행을 허용한 것은 의결권에 차등을 둔 주식의 발행을 통해 외부 일반 주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소수지분만으로도 회사를 장악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9조의 6은 전환에 관한 종류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면서 회사의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가 있는 경우, 특정인 및 그 특수관계인이 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5% 이상 취득한 경우, 회사의 최대주주가 변경 등 지배권 위협이 있는 경우 회사의 선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지배권 방어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평상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발행한 후 지배권 위협이 있는 경우 회사의 선택으로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변형된 형태의 포이즌필(poison pill)을 도입한 것”이라며 "이처럼 다른 대규모 상장법인들과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찾아 보기 어려운 종류주식의 발행을 허용한 것은 지배주주의 지배권 방어 목적 외에는 생각할 수 없으며, 이는 향후 SK배터리 상장 시 외부주주의 정당한 경영참여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감경 조항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SK이노베이션 정관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제한 규정이 없지만, SK배터리의 신설정관 제34조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보수의 6배(사외이사의 경우 3배)로 제한하는 내용을 신설했다”면서 "상법 제400조 제2항의 이사 책임감경 조항은 신설 당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능한 경영자의 영입을 쉽게 하고 이사의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돕는다는 취지와 달리 경영자의 독단과 거리낌 없는 불법행위에 책임이 있는 이사들에 대한 책임추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며 "SK배터리가 이사회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경영 실현과 전혀 상반된 내용을 정관에 반영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과 의결권자문사들은 해당 정관변경안을 소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 판단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권고 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정관 내용을 그대로 승계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제개혁연대는 “SK배터리의 신설정관 제31조 2항은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상법에서 정한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명문화했다”며 "하지만 지배주주가 사실상 모든 이사들을 선임하는 현실에서 소수주주 추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인 집중투표제의 활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은 회사가 주주가치 제고에 큰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SK배터리가 집중투표제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해 상장 후 전환될 감사위원회 체제에서는 분리선임될 사외이사의 수를 1명이 아닌 그 이상으로 해 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신설정관 제31조 1항은 회사 이사의 수를 3인 이상 10인 이하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회사 규모에 비추어 볼 때 이사의 상한이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 이사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소수주주 추천후보의 이사회 진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발상은 주주친화 정책과 거리가 멀고,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제대로 대처하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는 "SK그룹의 경영철학(SK Management System, SKMS)은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 주주, 사회 등 이해관계자 간 행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강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SKMS와 SK배터리 신설정관의 서문을 보면 향후 SK배터리가 상장될 경우 더 큰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생각하는 ESG 경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로리더 =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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