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일제 강제노역 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해온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판사가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을 맡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법관 기피신청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9년 4월경 대리인단을 구성하고 일본제철 등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14일 대리인단인 공익인권변론센터에 따르면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소멸시효가 도과됐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이러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의 권리구제는 현저히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리인단은 “최근 진행 중인 일부 하급심 사건에서 향후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인지했다”며 김앤장 출신 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민변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등이 일본제철과 JX금속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이다. 이백규 판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오랜기간 변호사로 활동했다.

민변 대리인단은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법관으로 임용되기 이전 강제동원 가해 일본 기업(일본제철, JX금속 주식회사 등)의 소송대리를 사실상 전담해온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장기간 근무하면서 현재 소송의 일본기업 측 소송대리인 변호사들과 장기간 동료로 함께 근무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김앤장은 강제동원 소송과정에서 ‘징용사건 대응팀’을 만들고 사법부, 행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하는 등 재판절차에 부당히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주장했다.

이 사건 법관이 진행하는 사건에서 일본기업 측 소송대리인인 김앤장의 소속 변호사들 중 일부는 ‘징용사건 대응팀’의 일원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백규 판사가 김앤장에 근무한 기간 동안 ‘징용사건 대응팀’이 구성ㆍ운영됐다고 한다.

이에 강제동원 소송 유족측 대리인단은 9월 14일 이백규 판사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대법원 판례(2018스563 등)에 따르면 평균적 일반인으로서의 당사자의 관점에서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을 가질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법관에게 편파성이 존재하지 않거나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피이유가 인정된다.

대리인단은 이백규 판사 기피신청의 이유로 ▲김앤장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과정에서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피고 일본기업 측 대리인 변호사들과도 일정한 유대관계를 쌓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김앤장은 개별변호사를 넘어 회사 차원에서 강제동원 사건에 대해 대응팀을 꾸리고, 강제동원 사건 피고인 일본 기업들의 소송대리를 사실상 전담해왔기에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대리인단은 또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재판거래의 내용 중 사법부의 김앤장과의 부당한 유착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훼손된 상황이기에 강제동원 사건에서는 보다 엄격한 공정성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재판의 공정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법원과 법관의 존립근거이자 재판의 대전제”라며 “이 사건 법관은 담당 사건의 피고들 소송대리인들과의 특수관계가 의심돼 재판의 공정성 또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디 법원이 이 사건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받아들여 강제동원 사건에 대한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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