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유부녀와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내연녀의 남편이 부재중인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1984년 대법원 판결 이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던 종전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유부녀 B씨와 교제하는 내연 관계였다. A씨는 2019년 B씨가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B씨의 집에 세 차례 들어가 성관계를 가졌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남편(C) 의사에 반해 집에 들어갔다며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의 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 주거에 들어갈 당시 피해자(C)의 처(B)로부터 승낙을 받았기 때문에 피고인이 위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할 수 있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인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졌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공동주거에 있어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관 9명의 다수의견은 “A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전원합의체는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라며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재중에 피해자의 처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출입이 부재중인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피고인에 대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던 1984년 6월 26일 선고한 대법원 판결(83도685)을 비롯해 종래 판결들을 모두 변경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피고인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기택ㆍ이동원 대법관은 “공동주거의 경우에도 공동거주자 각자가 개별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공동거주자 중 부재중인 거주자도 독자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고, 그에 관한 보호법익이 침해된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두 대법관은 “외부인이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부재중인 거주자가 그의 출입을 거부했을 것임이 명백하다면, 부재중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사실상 평온이 침해된 것이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A)이 피해자(C)의 처와 간통할 목적으로 아파트에 출입한 것은, 부재중인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 공보관실은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주거침입죄의 ‘침입’의 의미를 해석하고 침입에 해당하는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 공동거주자 중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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