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 노동조합이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췄는지 의문이 들고, 실제로 노조 설립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가 지난 3일 삼성화재노동조합(위원장 오상훈)이 삼성화재해상보험과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 노동조합(평협노조)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중지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7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삼성화재노조가 설립되자 34년 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를 노조로 전환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부여하고, 평협노조와 단체협상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삼성화재노조는 평협노조는 설립과정에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고 실체적으로도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돼 노조설립자체가 무효이므로 현재 진행되는 단체교섭을 중지할 것을 구하는 단체교섭중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노조설립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 하자를 모두 인정했다.

삼성화재와 평협노조 간 단체교섭중지가처분 결정문.
삼성화재와 평협노조 간 단체교섭중지가처분 결정문.

 

재판부는 “평사원노조가 서울지방노동청의 보완요구에 따라 규약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임시총회를 개최한 사실이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설령 임시총회가 실제로 개최됐어도 임시총회 결의에는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중대한 흠이 있다”고 판결했다.

절차상 하자는 물론 실체적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평협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 자주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문이 든다”며 “2012년 공개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삼성그룹 ‘비노조 경영’ 방침을 구체화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서는 평사원협의회와 같은 노사협의회를 ‘노조 설립시 대항마로 활용’한다거나 ‘유사시 친사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육성ㆍ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내용이 실제로 삼성그룹에서 지속해서 실행돼 채권자가 2020년 2월께 설립되기 전까지는 삼성그룹에 진정한 노동조합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와 평협노조가 사실상 같은 조직임을 인정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에 대해 "평사원협의회는 설립 이후 2019년까지 삼성화재와 사이에 단체협약과 유사한 내 용으로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을 체결해 오는 등 삼성화재 내 진성노조(眞性勞組)의 설립을 사실상 저지해 왔고, 그 과정에서 평사원협의회의 공식행사나 산하 동호회 등의 운영과 관련해 삼성화재로부터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화재가 평협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서는 안 되고, 소송비용도 삼성화재와 평협노조가 부담하도록 했다.

앞서 삼성화재노조는 평사원협의회가 노조 전환을 추진하자 지난 3월26일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와 홍광흠 평사원협의회 노조 회장을 지배ㆍ개입 부당노동해위 혐의로 서울노동청에 고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속노련 관계자는 <로리더>와 전화통화에서 최 사장 관련 고소 취하 이유에 대해 “(당시) 평협노조 설립 신고증을 내준 서울노동청 담당자가 (최 사장) 고소사건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서울청) 담당자를 믿을 수 없었고, 자칫 (최 사장에게) 면죄부를 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부득이하게 취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최 사장과 임원을 생대로 지방노동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내놓은 상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평협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중지가처분신청이 인용된 만큼 앞으로 사측에 교섭 요구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협노조가 사측에서 지원을 한 노조이기 때문에 (본안소송으로) 노조무효확인소송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화재 관계자는 <로리더>와 전화통화에서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평협노조가) 대표노조로 인정된 상태”라며 “이번 가처분 같은 경우는 (단체교섭) 협상에 관한 부분만 (법원에서) 인용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표노조에 대한 지위는 여전히 평협노조에 있는 만큼 향후 법률검토를 통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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