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25세 미만인 국민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참정권 확대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6월 28일 김OO씨 등이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 연령보다 높은 25세 이상으로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상 공무담임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 연령보다 높은 25세 이상으로 정한 것은, 선거 이전에 미리 참정권의 주체와 피지배 국민을 구별하고 대의기관에 20대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서 대의제 및 민주주의원리에 반하며, 이미 성년에 도달해 보통사람의 판단능력과 결정능력을 갖추고 병역의무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19세 이상 25세 미만의 국민에 대해, 개인의 자격이나 능력과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피선거권을 박탈한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제16조는 25세 이상 국민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선거법 제15조(선거권)에서 19세 이상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을 부여하면서도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25세 이상이라는 새로운 제한을 설정해 둔 것이다.

헌재는 “헌법 제25조 및 제118조 제2항에 따라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등의 피선거권을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부여할 것인지는 입법형성권에 맡겨져 있다”며 “입법자는 피선거권 연령을,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가지는 의미와 기능, 국회의원 등의 지위와 직무, 국민의 정치의식과 교육 수준 등의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연령 설정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한 공무담임권 등의 제한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헌법적 한계가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연령 기준이 입법형성권의 한계 내로서 현저히 높거나 불합리하지 않다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국회의원 등 대의기관에는 그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대의활동능력 및 정치적 인식능력이 요청된다”며 “이에 상응하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요구되는 정규 또는 비정규적인 교육과정과 직접 또는 간접적인 경험을 쌓는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 국민 또는 주민의 대표자로서 국가 또는 지방의 정책결정에 관여하는 선출직 공무원의 후보자에 대해 기대되는 납세 또는 병역의무의 성실한 이행에 필요한 기간, 선거권 연령에 비해 피선거권 연령을 높게 정하는 다른 국가들의 입법례 등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 등의 피선거권 연령을 25세 이상으로 정한 것은 입법형성권의 한계 내의 것으로 25세 미만인 국민의 공무담임권등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방자치제도가 지방에 관한 사무를 주민이 직접 선출한 기관을 통해 스스로 처리하게 하는 제도라고 하더라도, 주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의 지방의회의원의 지위와 권한, 복잡화되고 전문화되어 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등을 고려할 때, 지방의회의원의 피선거권 연령이 반드시 국회의원의 피선거권 연령 보다 낮아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고 선례의 취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헌법재판소는 정치개혁을 위한 민의를 외면하는 결정들을 내렸다. 민의를 반하는 지방선거제도 개혁과 참정권 확대를 통한 정치개혁의 목소리가 드높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시대정신을 외면한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와 원리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오히려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판단을 한 것에 우리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현행 공직선거법은 모든 공법상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만 19세부터 만 24세의 청년세대에게 아무 근거 없이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명백히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여타의 공무담임권과 달리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서만 별도의 연령제한을 두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만약 만 19세부터 만 24세의 청년세대가 선출직공무원이 되기 위한 역량이 부족하다면, 이는 민주적 선거과정을 통해서 검증되는 것으로 충분할 뿐, 후보에 나설 수 있는 자격까지 제한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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