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속에 판사 임용자격을 법조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결국 불발됐다.

국회는 3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했는데, 재석 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날 본회의에는 국회의원 229명이 참석했다. 법원조직법 개정안 표결 결과 찬성 111명, 반대 72명, 기권 46명으로 재석 의원 과반(115명)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전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오병두 홍익대 법학부 교수)와 민변 사법센터(소장 성창익 변호사)는 참여연대에서 ‘법조일원화 무력화하는 법원조직법 개악 즉각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좌측부터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 민변 서선영 변호사,&nbsp; 한상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br>
좌측부터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 민변 서선영 변호사,&nbsp; 한상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참여연대와 민변은 “20여 년에 걸친 법조일원화 제도가 제대로 시작되기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며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시민사회와 학계의 경고와 호소에도 불구하고 법관 최소 임용 경력을 5년으로 고정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표결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국회는 ‘판사 수급이 어렵다’며 법조 경력을 낮추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법원의 목소리는 경청한 반면, 정작 사법개혁의 근간으로 도입된 법조일원화 제도의 취지를 외면하고, 사법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법조경력 단축이 단순히 숫자의 변경이 아니라 법조일원화의 포기라는 시민사회와 학계의 의견은 철저히 묵살했다”고 성토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그 결과 법조일원화를 무력화시키는 법원조직법은 법안 발의 100일여만에 일사천리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법원이 출제한 시험 성적 순으로 (판사가) 임용되고, 도제식 시스템으로 관료화된 법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난해한 법리,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선고로 국민적 불신을 키워왔다”며 “이렇게 서열과 기수 중심의 관료화된 법원은 ‘사법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위헌적ㆍ위법적 사태까지 일으킨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법조일원화 제도는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검증된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임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2004년부터 수 년간의 논의 끝에 도입된 것”이라며 “법관직에 필요한 경험과 역량을 충분히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의 법조 경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사회적 합의였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그러나 2011년 도입돼 2026년 (판사 임용 법조경력) 10년을 향해 확대되던 법조일원화 제도는 예정된 시행 유예기간조차 채우지 못한 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법조일원화는 시대와 조응하지 못하는 법원과 법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개혁이었다”며 “법원이 키운 법관이 아니라, 이미 다양한 사회적 활동으로 인정받는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임용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과 법원을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그렇기 위해서는 5년의 법조경력 기간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며 “그나마도 법원은 임기가 3년인 재판연구관 출신들로 신규 법관의 대부분을 채워왔다. 고작 2년간 외부 변호사 생활을 한 것으로 법조일원화의 취지에 맞는 법관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법조경력을 5년으로 단축하는 것은, 단지 새로운 법관을 쉽게 충원하기 위해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여여가 합의했다고, 법사위를 통과했다고 찬성할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300명의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독자적인 헌법기관”이라며 “사법개혁의 근간인 법조일원화를 무력화시키는 개악법안은 본회의에서 부결시켜야 한다. 개악안을 부결시키고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좌측부터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 민변 서선영 변호사, 조수진 변호사,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nbsp;한상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좌측부터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 민변 서선영 변호사, 조수진 변호사,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상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

이날 기기자회견은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이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민변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회 위원장인 서선영 변호사가 참석해 규탄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국회가 법원 민원처리기관인가, 법원조직법 개악 중단하라!”

“누굴 위한 법조경력 단축인가, 법조일원화 무력화 규탄한다!”

“사법개혁 근간 뒤흔드는 법조일원화 퇴행 규탄한다!”

“법원조직법 개악, 국회가 부결하라!”

“법조일원화 국회에서 재논의하라!”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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