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징벌적 손해배상, 실효성 있는 보완 필요>

최근 각종 법률에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활발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민사상의 손해배상제도에서 더 나아가 불법행위자의 악의적 행위에 대하여 단순한 손해배상뿐 아니라 징벌적 의미를 담은 배상을 추가로 하게 함으로써 손해배상의 효과를 제고하자는 취지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시초는 미국의 1914년 클레이튼법이 제정한 3배 손해배상제도로 알려져 있는데,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3배 배상제도를 도입한 많은 법률들의 모델이기도 하다.

3배 손해배상제도는 2011년 하도급법이 최초로 도입한 이래 현재까지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 공정거래법 등 공정거래위원회 소관법률과 그밖에 개인정보보호법, 남녀고용평등법, 환경보건법, 공익신고자보호법, 상생협력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다양한 법률에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고, 최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는 3배 배상이 아닌 5배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 있고, 입법 직전인 언론중재법에도 5배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 3배 배상제도의 도입으로 이를 이용한 소송이 남발되지 않을까 하는 일부 우려가 있으나, 대부분의 법률에 도입된 시기가 최근이라 사례가 거의 없고, 가장 최초로 도입된 하도급법의 경우에도 3배 배상제도의 활용정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다. 하도급법의 3배 배상제도 이용도가 매우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하여 사회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여론은 더욱 강한 처벌과 함께 처벌이 아니면 손해배상이라도 많이 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요구하였고, 정부는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3배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하도급법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제도도입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하도급업계나 유통업계의 거래관행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어렵게 마련한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3배 배상제도가 징벌적 손해배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론적 다툼도 있으나, 기업의 부당한 불법행위를 줄일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이를 굳이 논할 실익은 적다. 또한 형벌제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민사제재이므로 위헌의 여지도 없다고 본다. 하지만 제도의 활용이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 클레이튼법 제4조는 반독점법 위반행위로 인하여 영업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는 누구든지 연방법원에 소송을 통해 자신이 입은 손해의 3배를 배상받을 수 있는데, 피해자의 손해액이 확정되면 일체의 다른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3배에 해당하는 배상액을 받을 수 있다. 즉 법 위반행위에 대한 주관적 비난가능성 여부를 묻지 않으며, 배상액에 대한 판사의 재량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률의 적용에 있어서 판사의 재량이 적지 않아 3배 배상액까지 손해액이 정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하도급 사건에서 3배 배상제도를 적용했음에도 3배도 2배도 아닌 1.x배의 배상액이 정해졌을 뿐이다. 사실 기업체의 입장에서는 단순손해배상이나 3배 손해배상이나 그다지 큰 타격을 입지 않는 금액이다.

따라서 보다 확실한 배상을 하게 함으로써 징벌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지금처럼 상한액을 규정하기보다는 하한액을 규정하여 징벌의 의미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 3배 이상의 손해배상을 하게 한다면 그것이 5배든 10배든 문제되지 않을 것이고, 다만 경과실의 경우는 3배 이하에서 정하면 될 것이다.

요컨대, 3배 또는 5배 이하로 징벌적 손해배상액 상한선을 두는 것은 얼핏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큰 효과가 없다고 사료된다. 판사가 재량으로 배상액을 적게 결정하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하한액으로 규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 글은 법학자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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