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판사 임용 시 법조경력을 축소하는 법원조직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법조일원화의 퇴행’이라며 졸속 개악한 법사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민변 사법센터(센터장 성창익)과 참여연대는 공동성명에서 “24일 법사위는 결국 전체회의에서 법조일원화와 사법개혁에 역행한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신규 법관 임용 시 요구되는 법조인 경력을 최소 10년에서 최소 5년으로 축소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기어이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돼 점진적으로 시행되던 법조일원화 원칙이 훼손되고, 이를 토대로 하는 사법개혁도 후퇴하게 됐다”며 “다양성 강화라는 법조일원화의 중대성은 간과한 채, 공청회 한 번 없이 법원의 일방적 논리만 수용해 법원조직법을 졸속으로 개악한 국회 법사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국회 법사위는 이번 개악으로 인한 사법개혁의 후퇴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두 단체는 “법조일원화 논의는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시작됐다. 그것도 대법원장이 부의해 시작됐다. 즉 법조일원화는 사법개혁의 핵심 중의 하나였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당시 전면실시와 (법조경력) 5년 이상 합의는 법원관료주의 해체를 위한 중요한 걸음이었다. 5년 이상 경력은 변호사 수가 적었을 때의 사정을 반영한 방편적인 것이었다”며 “법조일원화가 심화되면 법조경력 10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상식이었다”고 일깨웠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법조일원화는 법관 임용 방식을 ‘소년등과’가 아닌 ‘충분한 사회적 경험과 연륜을 갖춘’ 사람을 법관으로 선발해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도입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두 단체는 “즉 사법연수원 기수와 시험성적에 따라 상하관계가 발생하는 기존 도제식 법관 임용ㆍ양성 방식 대신, 사회에서 이미 충분한 사회적ㆍ법률적 경험을 갖춰 검증된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해 하급심도 충실화하자는 것이었다”며 “이를 통해 서열과 기수문화를 해소하고 정년까지 법관으로 장기근속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전관예우’의 폐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처럼 사법개혁의 근간인 법조일원화 도입 취지와 목적을 애써 외면한 채, 국회 법사위는 단순히 법조경력이 고무줄인 마냥 싹뚝 잘라버렸다”고 일갈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판사 수급 문제의 원인이 법조경력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조직법 개악을 요구한 법원도 강력히 규탄한다”며 “법원은 법조일원화 점진적 시행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시험제도를 통해 법관을 선발하는 등 법조일원화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했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특히 2012년 이후 신규 법관의 대다수가 법원 내에서 근무하는 재판연구원이나 대형로펌 출신이었다”며 “경향신문은 올해 법관 임용 예정인 157명 중 67명(42.6%)이 재판연구원 출신이고, 김앤장 등 7대 대형로펌 출신이 50명(31.8%)이라고 분석해 보도했다”고 전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판사 임용 최소 경력을 5년으로 동결하게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공고화 될 것”이라며 “3년간 법원에서 재판연구원 등으로 근무하고, 그 전후로 2년만 변호사로 활동한 뒤 곧바로 법관에 지원하는 경로가 고착화돼, 법원 밖의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시각을 가진 법관을 충원한다는 법조일원화 취지는 달성되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지금의 법 개정은 법관 수급에만 초점을 맞추어 추진된 것으로 잘못”이라며 “법조일원화의 단계적 시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했다면, 법조일원화의 의의를 확인하고 그 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먼저 논의한 후 법원의 인력수급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사법제도의 변경은 법관이나 법원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연히 국가로부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재판을 받는 당사자인 국민의 입장은 등한시됐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자신들의 입맛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집요하게 국회를 드나든 법원행정처 법관들, 그들의 일방적 의견만을 듣고 개악안을 발의하고 처리해준 법사위 국회의원들 누구도 재판받는 국민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그 흔한 공청회도 한 번 없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10여년 간 법원이 다양한 출신의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임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법관 충원이 어려운 이유가 단순히 경력 요구 문제인지 등 제대로 된 검증도 없었다”며 “과거 십 수 년에 걸쳐 합의되고 시행되어온 법조일원화를 무력화시키는 법안이 법원의 주장을 수용해 법안 발의 석달여 만에 일사천리로 본회의에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법원의, 법원을 위한, 법원에 의한 개악”이라고 혹평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이와 함께 민변과 참여연대는 “사법농단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적 노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법원과 국회의 합작으로 사법개혁의 토대가 되는 법조일원화 원칙조차 무력화시키는 상황에서, 다른 사법개혁 입법이 제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은 난망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두 단체는 “사법농단 재발방지를 위한 법원행정처 탈판사화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법관 인사제도 개선 등은 법관 관료화의 해소라는 개혁과제들은 법조일원화의 정착과 함께할 때에만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잘못된 입법은 바로 개정의 대상이 된다. 지금 잘못된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시 개정의 대상이 돼 또 논의를 해야 하는 이중의 수고를 해야 한다. 이중의 수고를 피하기 위해서도 이번 개정 과정은 더 많은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법조일원화 취지를 살리는 위원회를 만들어 법조일원화를 추진했던 개혁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법조일원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민변 사법센터와 참여연대는 “사법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국회는 법조일원화 후퇴 법원조직법 개악안 본회의 처리를 중단하고 전면 재논의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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