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제개혁연대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취업제한에 관한 법무부의 부당한 판단과 특혜성 가석방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먼저 전날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재용 부회장 취업제한 논란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무보수ㆍ비상근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제한의 범위 내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박범계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특정경제범죄법의 취지마저 왜곡하고 있는 박범계 장관은 어떠한 특혜나 차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공정히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 제1조는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과 그 범죄행위자에 대한 취업제한 등을 규정함으로써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을 주목했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취업제한이 “특정경제범죄의 유인 내지 동기를 제거하면서도, 범죄행위자가 범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기업체에서 일정기간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이나 집행력을 행사ㆍ향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관련 기업체를 보호하여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할 목적으로 제정됐음을 분명히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취지가 온전히 반영된 목적조항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보편타당한 법감정과 경제정의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취업제한의 입법목적과 구체적인 법률조항, ‘취업’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를 고려할 때, ‘무보수ㆍ미등기ㆍ비상근’이면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취업 상태가 아니라는 박범계 장관의 발언은 취업제한 규정을 완전히 왜곡하는 해석일 뿐만 아니라, 법률이 정한 범위를 한참 넘어서는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같은 해석이 국민적 법감정에 부응한다는 발언 역시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박범계 장관과 법무부는 취업제한에 관한 국민적 법감정을 언제, 어떻게 확인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행정부처나 장관은 결코 자의적으로 평가한 법감정을 내세워, 특정인만을 위해 유리하게 법률을 해석하거나 집행해서는 안 된다”며 “박범계 장관이 국민적 법감정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판단 근거 없이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면, ‘법치’를 향한 우리 사회의 부단한 노력을 오직 재벌총수 한 명을 위해 크게 손상시킨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질타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애초에 이재용 부회장과 같은 재벌총수나 지배주주가 아니라면, 회사에 중대한 피해를 입힌 범죄를 저지르고도 계속 취업상태에 있을 수 없다”며 “경제범죄자가 회사에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다면, 취업제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연히 해임ㆍ해고 등을 통해 경영에 손을 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러나 재벌총수나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이용해 회사를 상대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이후에도 계속 재직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법은 취업제한과 같은 제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런데 재벌총수 입장에서 상근 및 등기 여부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나 영향력과 비교할 때, 지극히 부차적인 문제”라며 “오히려 문제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쉬운 비상근이나 미등기를 선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급여 형태의 보수를 포기하는 대신에, 회사에 대한 지배력를 유지하는 것이 잠재적으로 훨씬 더 큰 경제적 이익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크다”며 “따라서 ‘무보수ㆍ미등기ㆍ비상근’이 취업제한이 아니라면, 실제로 취업제한의 규범력이 미치는 재벌총수, 지배주주인 경제범죄자는 십중팔구 ‘무보수ㆍ미등기ㆍ비상근’을 선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는 “결국, 박범계 장관의 발언이 지닌 진정한 의미는 중대한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이 손쉽게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그 누구보다 특정경제범죄법을 수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법무부장관이 스스로 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로지 이재용 부회장만을 위해 법률 해석과 집행에 흠결을 만들어낸 박범계 장관은 물러나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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