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범죄연구회장)

<유럽 사이버범죄협약 가입을 촉구한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국제관계 동향과 분석’ 보고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사이버범죄의 증가를 막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을 규정한 ‘유럽 사이버범죄협약’에의 가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또 몇 년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국회에서 동 협약에의 가입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협약가입을 향한 진척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인터넷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는 사이버범죄임에 틀림없고, 이 사이버범죄의 최대특징은 범죄가 국경을 넘어 행해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1년 전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여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 이 법을 적용한다는 이른바 ‘역외적용’ 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국내입법을 강화하더라도 국외에서 행해진 사이버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외국에서 행해진 사이버범죄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수사관할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간 형사사법공조조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사이버범죄에 관한 각국의 법제도가 달라 2국간 조약체결사례는 없고, 다자간 조약으로 유일하게 유럽 사이버범죄협약이 존재한다.

유럽 사이버범죄협약은 2001년 부다페스트에서 체결되어 2004년 7월부터 발효되었고, 2020년 말까지 회원국은 비유럽국가들을 포함하여 65개국으로 늘어났다. 이 협약에는 유럽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도 가입할 수 있어서 현재까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다수 국가가 가입하였지만, 인터넷 선진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는 2004년 조약 발효 후 17년이 지나도록 협약에 가입하지 못하고, 그저 가입 필요성만 논의하고 있을 뿐이다.

사이버범죄협약의 적용대상 범죄는 불법접속, 불법감청, 데이터침해, 시스템방해, 장치 오용, 컴퓨터 이용위조 및 사기, 아동음란물관련 범죄,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침해 등 아홉 가지이며, 그 전자적 증거수집 절차에 관하여 회원국은 저장된 컴퓨터데이터가 손괴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보존하기 위한 강제권한을 수사기관에 부여해야 하고. 수사기관은 사이버범죄의 통신경로 확인을 위해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에게 인터넷 접속기록, 가입자정보 등 통신데이터에 대한 신속한 보존명령을 내리고 통신데이터를 충분히 제출받을 수 있어야 하며, 아울러 저장된 컴퓨터데이터를 압수수색하고 신속한 수사 및 증거자료 수집을 위해 인터넷 접속기록 등 통신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거나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에게 수집할 의무를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회원국은 국내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중범죄자에 대해 범죄인인도를 요청할 수 있고, 사법공조 요청국과 피요청국 간에 별도 협약이 없는 경우 정보 제공시에 비밀유지와 사용제한 조건을 부가할 수 있다. 아울러 회원국은 다른 회원국에 저장된 컴퓨터데이터의 신속한 보존을 요청할 수 있고 통신데이터 전달도 요청할 수 있으나, 피요청국은 요청사유가 정치범죄와 관련되거나 통신데이터 제공이 자국의 주권, 안보, 공공질서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는 이를 거절할 수 있다. 이밖에 회원국은 컴퓨터데이터의 실시간 수집을 위해 24시간 이용 가능한 접속창구를 두어야 한다.

동 협약에 미국과 일본이 가입한 2007년 전후부터 줄곧 우리나라 사이버범죄 전문가들도 협약가입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왜 정부 당국은 가입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협약가입의 득실판단과 이행입법 관련 논란 등으로 인해 협약가입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기술의 진화와 더불어 사이버범죄 역시 진화하고 있어 수사의 역량강화가 시급함에도 국내적 규제에 머물러서는 범죄단속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속하고 긴밀한 국제형사사법공조야말로 생략할 수 없는 필수적 조치이다. 과거 17여 년 동안이나 협약가입을 검토하고 방책을 마련해 왔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의 논의를 마치고, 보다 실효적이고 실시간적인 사이버범죄 방지방안으로서의 국제형사사법공조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적극적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위 글은 법학자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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