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기지국수사는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011년 12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과정 중 성명불상자의 선거인들에 대한 금품살포 의혹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제기됐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사건 현장에 설치돼 있던 CCTV 자료를 확인해 성명불상자가 이동전화로 통화하는 시각에 기초해, 법원의 허가를 얻어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예비경선 당시 현장을 관할하는 기지국을 이용해 착ㆍ발신한 전화번호, 착ㆍ발신 시간, 통화시간, 수ㆍ발신 번호 등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해, 총 659명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받았다.

당시 현장서 예비경선을 취재하던 A기자는 2012년 3월 검찰로부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집행사실을 통지받아 위 수사에 대해 알게 됐다.

이에 A기자는 수사 및 근거조항인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제2항이 통신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년 6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기지국수사를 허용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 중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제2조 제11호 가목 내지 라목의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위 법률조항은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 자료사진
헌법재판소 자료사진

헌재는 “이 사건 요청조항은 수사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범죄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해당 가입자에 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 사건 요청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이동전화의 이용과 관련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여러 정보의 결합과 분석을 통해 정보주체에 관한 정보를 유추해낼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인 점, ▲수사기관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수사의 필요성’만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제대로 된 통제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기지국수사의 허용과 관련해서는 유괴ㆍ납치ㆍ성폭력범죄 등 강력범죄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각종 범죄와 같이 피의자나 피해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반드시 필요한 범죄로 그 대상을 한정하는 방안, 위 요건에 더해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수사가 어려운 경우(보충성)를 요건으로 추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함으로써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불특정 다수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존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요청조항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이 사건 허가조항은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함에 있어 관할 지방법원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허가조항은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잠정적용 헌법불합치의 필요성에 대해 헌재는 “이 사건 요청조항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지만, 이를 단순위헌으로 선언하면 수사기관이 피의자ㆍ피해자 등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 요청할 방법이 없어지게 됨으로써 범죄 수사와 피해자 구조에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 요청조항의 위헌성을 어떤 기준과 요건에 따라 해소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며 “그러므로 이 사건 요청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의 합헌 반대의견

이들 재판관들은 “▲초동수사 단계에서 활용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특성상 기지국수사는 주로 용의자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점, ▲범죄예방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 있었던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기지국수사를 통한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비내용적 정보로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점, ▲다수의견과 같이 대상범죄를 제한하거나 보충성 요건을 추가할 경우 수사의 난항이 예상되고 추가범죄로 연결됨으로써 국민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점, ▲관련규정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요청사유, 가입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록한 서면을 통해 법원의 허가를 얻어 실시하도록 하고 있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기지국수사를 허용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요청조항에 일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나, 그러한 개선의 여지 있음이 곧 위헌임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입법개선을 권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요청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 헌법재판소가 밝힌 결정의 의의

헌재는 “기지국수사란 특정 시간대 특정 기지국에서 발신된 모든 전화번호 등을 통신사실 확인자료로 제공받는 수사방식이며, 주로 수사기관이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연쇄범죄가 발생하거나 동일 사건 단서가 여러 지역에서 시차를 두고 발견된 경우, 사건발생지역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들을 추적해 용의자를 좁혀나가는 수사기법으로 활용된다”며 “실체진실의 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 기지국수사를 일정 요건 하에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 요청조항은 그 요건으로 ‘수사의 필요성’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수사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면 법원은 허가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그 결과 수사기관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률은 약 1%에 불과해, 수사기관의 권한남용과 정보주체의 기본권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참고로, 통신비밀보호법상의 통신제한조치(제5조, 제6조)의 경우에는 대상범죄를 제한하고 보충성(다른 방법으로는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을 요구함으로써 수사기관의 남용가능성을 제한하고 있고, 외국의 입법례의 경우에도 유사한 제한 규정을 통해 범죄를 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발견된다”고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범죄예방과 사건의 조기해결을 위해 수사기관의 기지국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요건을 현재의 ‘수사의 필요성’보다 더 강화함으로써, 범죄수사라는 공익과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라는 사익이 조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선언했다”며 “향후 국회의 개선입법에 따라 기지국수사의 요건이 추가된다면, 법원의 허가 과정에서 이를 심사하게 됨으로써, 기지국수사의 오ㆍ남용으로 인한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 제한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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