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해 온 세무사법 조항을 폐지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1961년 9월 세무사법 제정 이후 50년 이상 변호사는 세무사법 제3조에 의해 세무사자격을 부여받아 왔다.

그런데 2017년 12월 세무사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무사법 제3조의 세무사 자격에 있어서 1호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 3호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가 대상이었는데, 3호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 조항을 삭제했다.

또한 당시 세무사법을 개정하면서 부칙 제2조(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에 관한 경과조치)에 종전 제3조 제3호에 따라 세무사 자격이 있던 사람은 제3호의 개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세무사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뒀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더 이상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하게 됐다. 정리하면 현재는 개정 세무사법 시행 이전에 세무사자격을 자동 부여받은 변호사들과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만 세무사 자격을 주고 있다.

그러자 2018년 1월 31일 사법연수원 47기로 수료한 변호사, 2018년 4월 20일 제7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 등이 “개정 세무사법은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18년 3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15일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에게 더 이상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지 않는 개정 세무사법 제3조에 대해 재판관 5(합헌) 대 4(헌법불합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또한 부칙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서는 재판관 4명이 기각의견,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했다. 즉 위헌결정 정족수인 6명에 이르지 못해 기각됐다.

먼저 합헌 의견은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고, 헌법불합치 의견은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이다.

헌재의 법정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와 관련된 특혜시비를 없애고 세무사시험에 응시하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을 도모함과 동시에 세무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해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라며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부여 제도의 폐지가 필요하므로 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변호사가 세무나 회계 등과 관련한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하여 변호사에게 반드시 세무사의 자격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변호사에 대해 세무사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는 국가가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봤다.

헌재는 “변호사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현행법상 실무교육에 더해 세무대리업무에 특화된 추가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을 통해서는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와 관련된 특혜시비를 없애고 일반 국민과의 형평을 도모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점,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은 변호사의 직무로서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변호사의 직무로서 세무대리를 하는 것 외에는 세무대리를 할 수 없게 돼 업무의 범위가 축소되는 불이익을 입었으나, 이러한 불이익이 위 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의 위헌 반대의견

4명의 재판관들은 “이 법률조항은 표면적으로 제시된 입법목적과 달리, 세무사 자격시험 합격자가 세무서비스 시장에서 가지는 지배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이념의 취지에 부합하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국가의 협력의무 이행을 저해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설령 입법목적을 ‘세무분야의 전문성 제고’라고 파악해 그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변호사에게는 세무사로서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업무 전반에 관해 전문성이 인정되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은 “세무사법 제2조 각호에 열거돼 있는 세무대리업무 중 ‘장부작성업무’와 ‘성실신고확인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원래부터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인정돼 온 업무들이고,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6개월 이상의 실무교육 등을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위 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관들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은 부여하되, 추가 교육 이수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동일한 정도로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조세법률관계에서 납세자의 위임을 받아 납세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고 의무를 적정히 이행해 줄 수 있는 자라면, 세무사로서 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법률사무 전반을 다루는 대표적인 직역인 변호사는 당연하게도 바로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따라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 자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달성되는 공익의 정도는 불분명한 반면 제한되는 사익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4명의 재판관들은 “이 법률조항은 세무서비스 공급자 간 경쟁을 약화시킴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선택하는데 현저한 제한을 가하고 있으므로, 세무분야의 전문성 제고라는 공익이 얼마나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이 법률조항은 소송대리까지 가능한 변호사를 세무대리인으로 선택함으로써 기장업무부터 행정소송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의 부칙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의견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에 관한 경과조치를 규정한 부칙조항에 대해 5명의 재판관들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했으나, 위헌의결 정족수인 6명에 이르지 못했다.

재판관들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부여제도는 1961년 세무사법이 제정된 이래 50년 이상 동안 줄곧 시행돼 왔으며, 이러한 제도가 단시일 내에 폐지 또는 변경되리라고 예상될 만한 별다른 사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 부칙조항으로 말미암아, 이미 세무사 자격 취득에 대한 기대를 가진 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에 진입한 사람들은, 이제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종전과 달리 반드시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만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재판관들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시험의 일부를 면제한다든지 유예기간을 두는 등의 일체의 조치가 마련된 바도 없으므로, 이 사건 부칙조항으로 인한 신뢰이익의 침해정도는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5명의 재판관들은 “세무분야의 전문성 제고라는 공익의 실현이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개정 당시 이미 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에 진입한 사람에게까지 시급히 적용해야 할 정도로 긴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이 사건 부칙조항이 2018년 1월 1일 이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만 세무사 자격을 인정한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다만, 단순위헌을 선고하면 그나마 이 사건 부칙조항에 의해 세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사람들마저 근거규정이 사라져버리는 법적 공백이 초래되므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관들은 “이 사건 부칙조항을 개정하는 경우에는 문제되는 신뢰이익의 범위를 고려해, ‘2018년 1월 1일 이전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 또는 2018년 1월 1일 이전에 공고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에 지원해 입학자로 선발된 사람으로서, 각 2018년 1월 1일 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사람’에 대해 세무사 자격이 부여될 수 있도록 입법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부칙조항 역시 신뢰보호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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