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3일 “대법원의 민변에 대한 대한문 앞 쌍용차 집회 손해배상 사건 기각 판결에 유감의 뜻을 밝힌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먼저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민변이 국가와 남대문경찰서 전 간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와 관련 민변(회장 김도형)은 “대법원 판결은 국가와 남대문경찰서의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것으로 오인 보도될 우려가 있다”며 “이 판결의 의미는 2013년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집회에서 발생한 경찰의 불법행위는 인정하되, 다만 집회에서 발생한 손해배상소송에서의 원고는 단체인 민변이 아니라 소속 변호사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민사소송법상 원고 적격에 대한 판단임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나아가 이 사건에서 민변이 주최한 집회를 국가공권력이 방해하고 불법 체포한 사안임에도 민변을 손해배상을 받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 유감”이라는 뜻도 밝혔다.

민변에 따르면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2012년 3월까지 모두 22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 추모하고자 쌍용차 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조문을 하는 등 대한문 앞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해결을 위한 공론의 장이 됐다.

그런데 경찰은 이를 원천 차단하고자 2013년 남대문경찰서는 대한문 앞 구역에 화단을 설치하고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막아 위 구역을 실질적인 집회금지구역으로 만들었다.

민변 노동위원회가 2013년 7월 6일 대한문 앞에 집회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제한통보처분을 했다. 민변은 경찰의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신청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인용해 승소 후 법원 결정에 따라 집회를 다시 개최했다.

민변은 2013년 7월 24일 집회를 다시 진행했으나, 경찰은 집회장소 2/3 이상의 범위 안에 병력을 도열시켜 실질적으로 집회가 개최될 수 없도록 방해했다고 한다.

민변에 따르면 다음 날인 7월 25일 변호사들이 법원의 결정을 설명하고 경찰의 퇴거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철수하지 않았다. 변호사들이 경찰을 밀어내려 시도하자, 경찰은 오히려 특수공무집행방해의 혐의로 민변 권영국, 류하경 변호사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한다.

이후 검찰은 민변 회원인 이덕우, 권영국, 송영섭, 김태욱, 김유정, 류하경 변호사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1심, 2심, 3심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판결문에 의하면 경찰의 공권력행사가 위법하므로 변호사들의 행위는 정당방위였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민변 주최 집회에서 있었던 경찰의 집회방해 및 불법체포ㆍ감금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민변은 2013년 8월 대한민국과 당시 남대문경찰서 서장과 경비과장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했고,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승소했다(2013가단5119952).

민변은 “그러나 2심은 민변을 집회 주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피해자가 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에서 이번에 2심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확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위법했다는 점은, 법원도 판결에서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2심과 대법원은 집회신고서에 쓰인 집회주최자가 민변이 아닌 ‘민변 노동위원회’인 점, 집회 당시 참석자가 십여 명에 불과해 민변 전체 회원에 비할 때 소수여서 실질적으로 민변이 주최가 된 집회라 볼 수 없는 점을 들어 민변이 손해배상 주체가 아니라며 청구를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그러나 우리 헌법과 집시법이 집회를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어서 집회의 주최자는 신고서에 기재된 형식이 아니라, 실제 집회 주최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고, 신고서에 민변 노동위원회라고 기재돼 있더라도 실질은 민변의 결정으로 주최한 집회인 점, 노동위원회는 민변의 내부 조직 중 하나로서 민사소송법상 원고가 될 수 있는 것은 법인격이 있는 민변이지 일개 위원회가 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개인이 아닌 단체 이름으로 개최한 집회임에도, 집회 참석 인원이 적은 경우 단체 이름의 집회가 아닌 셈이 된다”며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집회가 신고제로 돼 있어 신고서 주최란에는 법인격이 아니더라도 자유로이 기재하게 돼 있는 현 제도와 상충된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집회 신고를 법인격이 있는 단체로 기재하지 않고 그 일부 단위로 기재할 경우,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주최 단체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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