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병역법 합헌…대체복무제 도입해야”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병역법 합헌…대체복무제 도입해야”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8.06.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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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 근거가 된 병역법 처벌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역 또는 보충역 처분을 받은 청구인들은 현역입영통지서 또는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 또는 소집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돼 재판 계속 중 병역법 제5조, 제88조 제1항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기각 또는 각하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한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및 서울북부지방법원 등은 위와 같은 내용의 범죄사실에 관한 형사재판 계속 중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병역법 제5조(병역의 종류) 병역의 종류에는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이렇게 5가지만 규정돼 있다.

처벌조항인 병역법 제88조(입영의 기피 등) ①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3일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재판관 4(합헌) : 4(일부위헌) : 1(각하)의 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 근거가 된 병역법 제88조 제1항(처벌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려면 위헌정족수인 6명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또 재판관 6(헌법불합치) : 3(각하)의 의견으로, 병역의 종류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병역종류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으며, 201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 병역법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헌

헌법재판소는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의 의미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가리키는 것일 뿐, 병역거부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병역의무이행은 ‘비양심적’이 된다거나, 병역을 이행하는 병역의무자들과 병역의무이행이 국민의 숭고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설시했다.

헌재는 “병역법 처벌조항은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형벌로써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전제했다.

처벌조항에 대해 합헌의견을 낸 강일원, 서기석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조항의 입법상 불비와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이 결합돼 발생한 문제일 뿐, 처벌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며 “이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 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두 재판관은 “병역법 처벌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조항으로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도 합헌의견을 냈다.

◆ 이진성, 김이수, 이선애, 유남석 재판관의 일부 위헌의견

이들 재판관들은 “병역종류조항의 위헌 여부는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어,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이상,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에 대하여도 위헌 결정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봤다.

이들은 “처벌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벌을 부과하고 있으나,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처벌조항과 같은 정도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처벌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은 중요하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해 볼 때 형사처벌이 특별예방효과나 일반예방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처벌조항이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다지 크다고 하기 어렵다”며 “반면, 형사처벌로 인한 불이익은 매우 크므로, 처벌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병역법 처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처벌조항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김창종 재판관은 위헌소원과 법원의 위헌제청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판단은?

헌재는 먼저 “병역종류조항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병역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해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재는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처벌조항에 의해 형벌을 부과 받음으로써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봤다.

헌재는 “병역종류조항은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의 다섯 가지로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위 병역들은 모두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의무자에게 병역종류조항에 규정된 병역을 부과할 경우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고, 이들을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을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으므로,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역자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며 “전체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의미 있는 수준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국가가 관리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추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과 관련해 형평성을 확보해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심사의 곤란성과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따라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도 병역의무의 형평을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이 우리나라의 국방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병역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을 이유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거나 그 도입을 미루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만을 규정한 병역종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병역종류조항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음으로 인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최소 1년 6월 이상의 징역형과 그에 따른 공무원 임용 제한 및 해직, 각종 관허업의 특허ㆍ허가ㆍ인가ㆍ면허 등 상실, 인적사항 공개, 전과자에 대한 유ㆍ무형의 냉대와 취업곤란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면, 이들을 처벌해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국가와 사회의 통합과 다양성의 수준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 국회 지적한 헌법재판소

한편, 헌법재판소는 국회를 지적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는 2004년 입법자에 대해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권고했는데, 그로부터 14년이 경과하도록 이에 관한 입법적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사이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법무부, 국회 등 국가기관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그 도입을 권고했으며, 법원에서도 최근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든 사정을 감안해 볼 때 국가는 이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종류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잠정적용명령

헌재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병역의 종류와 각 병역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한 근거규정이 사라지게 돼 일체의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되므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며 “더욱이 입법자는 대체복무제를 형성함에 있어 신청절차, 심사주체 및 심사방법, 복무분야, 복무기간 등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에 관해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병역종류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다만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입법자는 늦어도 2019년 12월 31일까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선입법을 이행해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병역종류조항은 2020년 1월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처벌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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