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ㆍ법학계, 로스쿨 출범 이후 기초법학 교육과 연구 위축 우려
법조계ㆍ법학계, 로스쿨 출범 이후 기초법학 교육과 연구 위축 우려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1.07.0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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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기초법학 학회들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범 이후 새로운 체제에서 기초법학 교육과 연구가 크게 위축됐다는 판단에 따라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토론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한국법학원,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한국법사학회, 한국법사회학회, 한국법철학회가 공동으로 7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7동 103호에서 법학교육에서의 기초법학의 중요성과 한국 기초법학의 현황을 다루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주최 측은 “로스쿨 출범 이후 새로운 체제에서 기초법학의 교육과 연구는 큰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기초법학 3개 학회(법철학회, 법사회학회, 법사학회)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기초법학 연석회의’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으며, 이번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법학계를 대표하는 관계자들은 개회사와 축사를 통해 기초법학의 위기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권오곤 한국법학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법철학이나 법제사 등의 기초법학에 대한 지식 없이 법학을 공부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축사에서 “좋은 법률가는 높은 수준의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한 실무능력도 가져야겠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통찰력과 윤리적 책임감 역시 갖추어야 한다”며 “기초법학의 도움 없이 다다를 수 없는 경지”라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축사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기초법학 교육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축사에서 “실용 중심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기초법학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도 축사에서 “외형상 로스쿨제도가 정착된 것 같이 보이지만, 법학계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근대 법학 도입 이후에 가장 위기 속에 있다고 본다”며 “법학 전체의 위기이고 그 중에서도 기초법학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 속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도 축사에서 “법학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지 이미 오래입니다만, 기초법학이 처한 형편은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할 뿐 아니라,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보인다”고 진단했다.

대법원 양형위원장,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하는 김영란 전 대법관은 기조강연에서 “기초법학이 법률실무의 발전을 위해서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초법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법학 관련 기초학문을 법률실무가들이 많이 접하고 평소의 사건해결에 참조할 필요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며 “기초학문분야를 연구하는 분들의 분석과 비판은 법률실무가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무거운 지적이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좀 더 정치하고 훌륭한 판결들을 하기 위해 분발하게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각자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학문의 일가를 이루는 일이 물론 제일 중요하시겠지만, 법학 관련 기초학문을 익힌 법률실무가를 양성하고 법률실무계를 위한 진지하고 설득력 있는 비판을 하는 일도 잊지 말아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국법철학회 기초법학 진흥 TF에서 로스쿨 교수와 기초법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다.

로스쿨 교수들은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기초법학교육이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냐’는 질문에 52.9%가 ‘별로 그렇지 않다’. 37.3%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고 교육과정 필수과목으로 지정,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지표에서 반영,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등의 대안에 지지를 보냈다.

기초법연구자들은 ‘현재 학부에서 기초법학 교육이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냐’는 질문에, 43.2%가 ‘별로 그렇지 않다’. 45.9%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고 기초법학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법조인양성제도에서 기초법학 교육 강화, 대학 내 기초법학 교원/연구직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병호 교수는 ‘법사를 잊은 법학도에게 미래는 없다’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법사학에 대한 공부가 실정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로스쿨 교육에서 법사학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들어 설명했다.

정병호 교수는 “로스쿨 교육은 실정법이라는 드넓은 호수의 모든 고기를 잡아주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며 “첫째, 로마법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문명국가 사법(私法)의 뿌리이므로, 로마법에 대한 이해는 현행 사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교수는 “둘째, 로마법은 현행법과의 비교대상으로서도 소중하다”며 “법비교는 동시적인 비교뿐만 아니라 통시적인 비교도 유익하다. 법비교에서 발견되는 차이와 그 이유에 대한 탐구는 그 자체로 이미 법적 사고능력 계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의 난해한 법률문제 해결을 위해 직ㆍ간접적으로 로마법의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초법학 진흥 TF의 양선숙 경북대 교수와 오민용 박사(서울대)는 기초법학 교육과 학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학부 기초법학 교육 활성화 방안 ▲학부 공통 필수과목 지정 ▲표준 커리큘럼과 교재 개발, ▲로스쿨 진학생을 위한 공동프로그램 마련.

로스쿨 기초법학 교육 활성화 방안으로는 ▲교육과정 개선 ▲계절학기 기초법학 강좌 개설, ▲표준 커리큘럼 제안 ▲표준 교재 개발 ▲다양한 교육방법 제안.

토론회 주최 측은 “법학교육과 법조문화 형성에서 기초법학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며 향후 각계각층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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