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금융정의연대(상임대표 김득의)와 참여연대는 6일 “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감독 부실에 대한 엄중 문책과 쇄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이익 추구에만 몰두해 고위험 금융상품을 무분별하게 속여 팔 경우 금융소비자들이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도입 역시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감사원은 5일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건과 옵티머스펀드 사기판매 사건 관련 금융당국의 부실감독 여부를 공익감사 청구한 것에 대한 감사원의 대답이다.

좌측부터 금융정의연대 김누리 간사, 전지예 사무국장, 김득의 대표, 민변 서성민 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 이지현 사회경제국장, 이지우 간사<br>
좌측부터 금융정의연대 김누리 간사, 전지예 사무국장, 김득의 대표, 민변 서성민 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 이지현 사회경제국장, 이지우 간사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준 대형 금융피해사건에 대한 공익감사 결과 그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감독에 매우 소홀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금융당국이 상시적인 검사를 충실하게 했으면,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며 “이번 감사를 계기로 지난 사태의 책임 주체에 대해 엄중한 문책이 이뤄져야 하며, 금융당국의 자성과 쇄신도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감독제도 개혁이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공익감사에서 드러난 대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그간 사모펀드 부실ㆍ사기 운영과 관련해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차단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또 “금감원은 금융기관들이 수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DLF를 판매해 사실상 공모펀드처럼 운영하면서도 투자모집ㆍ운영상 규제 회피를 위해 당시 49명 이하의 소수에게만 판매할 수 있었던 사모펀드 형태로 쪼개어 판매한 것에 경미한 조치만을 내리거나 아예 조사하지 않고 덮어버리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DLF 판매과정에서 설명ㆍ녹취의무를 위반하거나, 투자자 자필 기재사항을 금융기관 직원이 임의로 조작한 잘못이 드러나도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며 “금융기관들이 원금까지도 모두 잃을 수 있는 초고위험 금융상품을 안전한 상품으로 둔갑시켜 다수의 금융소비자에게 판매한 것은, 이러한 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질타했다.

두 단체는 “그 덕에 3,000명이 넘는 일반 투자자들은 평생 성실히 모은 목돈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말았다”며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옵티머스펀드 사기판매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조치는 더 가관”이라며 “금감원은 옵티머스로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국내 발행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펀드 설정ㆍ설립 사후보고서를 받았음에도 이를 감독하지 않았고, 2018년 옵티머스가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있다는 국회의원의 지적, 사모사채 매입과 펀드 돌려막기ㆍ횡령 등 정황이 드러난 2020년 서면검사 결과 이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그뿐이 아니다. 금감원은 2017년 옵티머스의 필요유지 자기자본 미달 및 분식회계에도 사모펀드 해지ㆍ해산이나 자산운용사 시정명령을 내리기는커녕 도리어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금융위원회(금융위)에 건의하고, 옵티머스펀드가 모 회사를 무자본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상거래가 확인되었다는 한국거래소의 심리결과를 받았음에도 금융위, 검찰 등 관련 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펀드돌려막기ㆍ횡령에 관한 제보를 종결하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금감원이 금융위 조사나 검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여러 민원을 종결처리 함으로써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등을 적발할 기회를 잃었고, 추가적인 수사 및 조사사항의 일치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쉽게 민원을 종결했으므로 그 책임을 져야함이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는 “이렇게 많은 문제점들에 비추어 보건대 금융기관의 저승사자가 되어야 할 금감원이 금융기관들에게 백기사 역할을 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라며 “금융당국의 쇄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민변 서성민 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감사원이 공익감사를 실시해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행정을 재확인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감사결과 미비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이번 감사에서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은 자들을 포함해 법률상 의무를 저버린 공직자에 대해 감사원법 제35조에 따른 고발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역시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사모펀드 부실에 따른 대규모 피해사건을 야기한 근본 원인이 금융소비자보호보다는 금융산업 육성에만 중점을 둔 지난 금융정책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제2의 DLF사태, 옵티머스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모펀드 부실감독에 대한 책임추궁에 이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지난 사모펀드 피해사건들이 말해 주듯 현재의 금융위-금감원 시스템으로는 금융소비자 피해 재발을 막기 어렵다”며 “가장 취약한 금융주체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의 상시적인 감시ㆍ감독을 넘어 이 업무를 전문적으로 다룰 독립적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금융기관들이 이익 추구에만 몰두해 고위험 금융상품을 무분별하게 속여 팔 경우 금융소비자들이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도입 역시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아무런 방비책 없이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 투자의 문을 연 대가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투기자본의 약탈로 귀결되고 말았다. 금융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금융산업 발전에 해악을 끼쳤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어떠한 정책도 그 역효과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감독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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