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마트에서 구입한 물품을 박스에 담으면서 타인의 사과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담은 것을 검찰은 절도로 봐 기소유예처분을 내렸으나, 헌법재판소는 순간적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며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봐 취소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10월 1일 오후 8시경 서울 도봉구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본 후 구입한 물품을 자율 포장대 위에서 빈 박스에 넣은 다음 사과 1봉지만은 그대로 둔 채 귀가했다.

A씨 역시 같은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자율 포장대에서 구입한 식료품을 빈 박스에 담으면서 사과봉지도 함께 집어넣은 채 귀가했다.

이 사과봉지는 B씨가 두고 간 것이었다. B씨는 집에 도착한 직후 사과봉지를 마트에 놓고 온 것을 알게 되었고, 다음 날 경찰서에 도난신고를 했다.

경찰은 마트에 대한 회원정보조회 결과 등을 바탕으로 A씨에게 연락을 취했고, 곧바로 출석한 A씨로부터 사과봉지를 임의제출 받았다.

이후 A씨는 사과 1봉지를 가져가 절취했다는 범죄사실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이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A씨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일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절도 혐의가 인정됨을 근거로 청구인(A)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판했다.

헌재는 “청구인이 사건 당일 마트에서 결제한 신용카드 영수증을 살펴보면 청구인 역시 사과봉지와 같은 사과를 구입했음을 알 수 있다”며 “청구인이 노령이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과 신체가 몹시 불편했던 점을 함께 고려하면, 청구인이 자율 포장대에서 식료품을 포장하면서 순간적으로 사과봉지를 자신이 구입한 사과로 착각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살펴보면 청구인이 범행을 자백했거나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불면증 증세로 깜깜하면서 누가 놓고 간 것인가 생각하고 저도 모르게 가져 온 것인가요’라며 오히려 당시 상황을 경찰관에게 되묻거나,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몸이 불편해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실수를 한 것 같다’고만 진술했다”고 짚었다.

헌재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외할 경우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는 CCTV 영상캡처사진이 있으나, 위 사진들에 청구인이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둘러본다거나, 사과봉지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자신이 구입한 사과와 비교해 보는 등 청구인에게 미필적으로라도 절도의 고의를 인정할 사정은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그럼에도 피청구인(검찰)은, 청구인이 ‘순간적인 욕심’에 따라 범행을 일으켰다고 판단하면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이는 경찰의 수사기록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탓에 청구인의 내심의 의사를 막연히 확장 해석한 결과”라고 검찰을 지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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