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최승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로스쿨)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이라면서도 “사법의 정치화는 허용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승필 교수 또 “의회의 장점인 토론과 입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 해결을 보는 구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검찰이 정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경로를 의회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국회에 일침을 가했다.

최승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승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펴낸 <법의 균형>이라는 저서 중 소제목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에서 “사법의 영역에 정치가 개입할 경우 재판의 신뢰가 상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요즘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는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말이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최승필 교수는 “오늘날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라는 이슈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사법권의 독립은 헌법적 가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안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적이면서 중립적인 기관에 의해 재판을 받는 것은 인권의 보장뿐만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자유롭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최승필 교수는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정치와 법의 관계를, 정치와 사법(司法)의 관계로 혼돈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정치와 법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이지만, 정치와 사법은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정치적 합의를 통해 일단 규칙이 만들어지면 그 규칙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데는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바로 사법의 영역”이라고 짚었다.

최승필 교수는 “오늘날 문제되고 있는 사법의 정치화는, 정치가 사법부의 판단에 스스로 직접 개입하거나 사법부가 정치의 힘을 불러들이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며 “지금은 이러한 부정적 의미의 사법의 정치화가 일반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봤다.

최승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사법의 영역에 정치가 개입할 경우 재판의 신뢰가 상실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사법부가 신뢰를 잃게 되면, 사람들은 재판 대신 스스로 분쟁 해결에 나서게 된다”며 “따라서 이러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종식하기 위해서 법원은 국민들 스스로 따를 수 있도록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사법의 정치화는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승필 교수는 “정치적 분쟁이 법에 정해진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 법언에 오게 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사법부의 독립”이라며 “정치적 분쟁은 아예 다루지 않는 사법소극주의도 있겠지만, 이는 사법의 기능을 회피하는 것이며,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갖추었다면 법원은 개입해야 하고, 이해관계자 누구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기에는 정치화된 여론으로부터 독립도 포함된다고 했다.

최승필 교수는 “정치가 사법화 되는 원인 중 하나는 의회의 협의 기능의 상실”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여야 간 정치적 충돌을 국회 내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검찰 수사와 소송으로 가는 일이 관행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승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의회의 장점인 토론과 입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 해결을 보는 구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검찰이 정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경로를 의회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꼬집었다.

최승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승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승필 교수는 “또 다른 이유는 의회와 정부의 의사결정에 대한 불신과 불복”이라고 봤다.

그는 “의회와 정부의 의사결정에 반대해 이에 불복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치적 사항에 대해 사법부가 개입하게 됐다”며 헌법소원 및 위헌 법령에 대한 사법심사를 예로 들었다.

최승필 교수는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사법적 결론을 맺는 일이 많아지면서, 각 정당들은 의원의 구성에서 법조인의 비율을 늘리는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실제로 2020년 4월 실시된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각 정당들이 내놓은 후보자들의 구성 중 변호사 출신은 99명으로 전체 후보자의 10.59%를 차지한다. 최 교수가 국회의원이 아닌 후보자의 구성에 주목한 이유는 “국회의원은 지역구민과 국민이 뽑는 것이지만, 후보자는 각 정당이 정하는 것으로 각 정당의 선호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 후보자 중에서 검찰 출신은 40명, 경찰 출신은 14명이었다. 최 교수는 “정치인 개인의 비리는 당연히 수사 대상이지만, 국회 스스로 정치적 충돌을 형사사건화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방어막을 형성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최승필 교수는 그러면서 “법조인의 잇단 영입이 입법의 완성도와 의회를 통한 법치주의의 구현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다면 다행이지만, 정치의 사법화에서 창과 방패의 역할을 요구한다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물론 법률가는 법 전문가로서 위헌 및 법기술적 문제의 존재 여부 등 법안의 흠결을 찾아내 법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만큼 입법의 영역에서 법률가들의 자리는 중요하다”며 “그러나 그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간다면 구성의 비율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최승필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는 현대 국가에서 불가피한 상황인가 아니면 허용해서는 안 되는 개선의 대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최 교수는 “한편에서는 정치의 사법화를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며 “과거 같았으면 정치가 막후 정치라고 부르는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 텐데, 이를 공개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법부의 판단 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의 사법화가 갖는 또 다른 단점으로 최승필 교수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자의 역할 위축과 정치의 사법에 대한 책임 전가”를 꼽으며, “더 이상 의회가 민의를 대표하지 않으며, 책임마저도 회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렇다면 정치의 사법화를 지양하고 정치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는데 물론 그렇지 않다”며 “정치의 과잉 역시 민주주의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며, 균형이 중요하다”고 봤다.

최승필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자칫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다수가 항상 옳다’는 것”이라며 “모든 것을 다수가 결정하는 것도 문제다. 다수의 결정이 오류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회는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작동해서 다수결에 의한 오류를 걸려내기 어렵고, 소수자의 권리가 보호되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사안에 따라서는 객관적 입장에서 사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승필 교수는 “사법의 정치화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정치의 사법화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분쟁을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상황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두고 여야가 보여준 극단의 대치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최승필 교수는 “따라서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으며, 어느 것도 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최선의 답”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이찬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가 추천사를 해 눈길을 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이 책은 중심을 잡기 어려운 혼란과 갈등의 시대에 다양한 사회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시민을 위한 균형 잡힌 법의 역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며 “최승필 저자의 깊은 통찰력과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저울과 같은 균형감에 공감과 존경을 표한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최승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저서 <법의 균형>에서 “왜 사람마다 법을 다르게 해석하고 적용하는가”에 관해 주목했다. 그는 “오늘날의 법은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법에 대해서 끊임없는 불만이 제기되는 것일까”라고 자문했다.

최승필 교수는 “법률가의 법에서 시민의 법으로 향할 때 비로소 모두의 법이 될 수 있다”며 “좋은 법의 시작은 시민의 자각”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법률가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기 쉽다”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그런 생각은 몇몇 사람의 의사가 형식적 법을 통해 관찰됐던 과거 독재시대의 유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사회가 고도로 발달하고 분화되면서 국가나 기업에 대해 시민이나 소비자가 과거보다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합의를 요구할 수도 있게 됐다”며 ‘이해의 충돌을 조율하는 균형적 합의’를 강조했다.

그는 “법은 시민들의 균형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질 뿐, 세상에 완벽하고 완전한 법은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 최승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누구?

독일 뷔르츠부르크에 있는 율리우스-막시밀리안 대학교에서 경제공법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대를 나왔지만 경제를 좋아해 한국은행에서 10여년 동안 국제수지팀 과장, 대변인 등으로 일하다가 2007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겨 법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외대 로스쿨 부원장, 대학본부 홍보실장, 기획조정처장을 역임했다. 학회 활동도 활발하다. 한국지방자치법학회 이사, 한국헌법학회 이사, 은행법학회 이사, 한국경제법학회 이사, 한국환경법학회 연구이사, 한국공법학회 홍보이사, 한국행정법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독일에서 수학한 최승필 교수는 대륙법과 영미법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갖추기 위해 미국 UC버클리대학교 로스쿨 Visiting Scholar으로 연구의 시간을 보냈다. 중국인민대학교 법학연구원의 객원 펠로우로 한중 공동 관심사에 대해 함께 연구하기도 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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