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와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는 21일 “법률플랫폼은 지난 수십 년간 변호사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던 사무장 로펌이 온라인 형태로 구현된 것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대한변협과 전국 지방변호사회는 이날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자본에 예속되는 사태를 우려한다”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면서다.

변호사단체들은 “변호사는 태생적으로 인권옹호와 정의실현이라는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진 법률 전문직업군으로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품위유지의무 등 높은 수준의 윤리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변호사가 행하는 광고에 대하여는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근 혁신산업을 자칭하는 업계 등을 위주로 법률플랫폼 서비스가 법률소비자의 선택권을 제고하고, 청년 변호사들에게 홍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와 청년 변호사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혁신산업에 해당하며,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들의 위 서비스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을 시행하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적 보도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변호사단체들은 “그러나 법률플랫폼 서비스는 대체로 일반적인 광고업체와는 다른 영업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광고의 주체가 되어야 할 변호사와 법률사무 취급기관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지 않고 소비자가 법률플랫폼 사업자를 통해서만 소통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또는 광고의 주체가 되어야 할 변호사를 소속 구성원인 양 광고의 수단으로만 삼을 뿐 법률플랫폼 업체 자신을 광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소비자는 업체가 제공하는 고유번호를 통해서만 변호사와 연락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비자와 변호사의 직접 연결을 차단하고, 상담료 등을 플랫폼 업체의 계좌를 통해서만 입금할 수 있도록 하며 변호사들을 플랫폼에 종속시키고 있다”고 봤다.

변호사단체들은 “일부 법률플랫폼 서비스는 ‘콩밥식당’ 등 변호사에게는 금지된 자극적인 광고를 버젓이 하는 등 실정법인 변호사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며 사실상 제약 없는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영업행태를 종합하면, 법률플랫폼은 지난 수십 년간 변호사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던 사무장 로펌이 온라인 형태로 구현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변협과 전국 지방변호사회는 “여타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사례에서 보듯 1등 법률플랫폼 사업자가 사실상 국내 법률시장을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위 법률플랫폼 사업자는 일정 시점에 상장 등을 통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여 실현하고 위 사업체는 외국 대형 플랫폼 업체나 국내 대기업 자본의 손에 넘어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0년에 창업한 국내 최대의 판례검색 서비스 업체는 12년만인 2012년 캐나다의 다국적 미디어 그룹의 손에 넘어갔다”며 “이처럼 거대 자본이 장악하는 법률 플랫폼으로부터 일감을 따야하는 변호사들은 대기업이나 거대 자본을 상대로 하여 인권과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없다. 자본을 상대로 싸우는 변호사는 플랫폼에서 퇴출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단체들은 “그동안 변호사법이 변호사에게 공공성과 공익성을 요구하고, 사무장 로펌과 같은 변호사 알선ㆍ중개업을 금지하며 변호사의 광고를 엄격히 규제해 왔던 것도 국민의 기본권과 생명ㆍ재산권 옹호, 사법정의가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사법이 자본에 종속되고 지배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는 “국민의 기본권 옹호와 사법정의 실현이라는 공공성에 기반해 영리추구를 최고의 선으로 삼는 법률플랫폼 사업자와 이에 투자한 거대 자본이 법률시장을 잠식해 영리화하고, 나아가 법률가들을 예속화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지난 5월 법률플랫폼 서비스에 적극 협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변호사 광고 규정을 개정한 것도, 총회에서 압도적 다수인 73% 찬성으로 변호사윤리장전 개정을 결의한 것도, 이 문제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법률시장과 사법의 기본 이념을 지켜내기 위한 결단으로 법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단체들은 “그동안 법률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 방법이 변호사가 지출하는 광고비 금액의 크기, 영리추구라는 태생적 속성을 지닌 자본과 사기업인 법률플랫폼 사업자의 가공되고 현혹된 정보와 정보 독점적 방식에 따른 이윤 추구적 영업형태를 통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광고비 금액의 크기, 소비자와 변호사의 직접 연결차단을 통한 양측의 정보 독점, 비대면 사업인 점을 이용한 검증 곤란한 방식의 서비스 제공,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협조 정도 등에 따라 인위적으로 가공ㆍ윤색돼 화면에 제공된 정보는 결코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 못하며, 법률소비자들과 공공성 영역인 법조의 신뢰를 훼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단체들은 “손쉽고 편리한 접근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온라인 법률플랫폼 서비스가 가지는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할 일은 사실상 온라인 사무장 로펌 역할을 하는 법률플랫폼 서비스를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전자소송이나 국세청 홈택스처럼 변호사 공공 정보시스템을 개설하는 등으로 법률사무와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이 유지되는 공정한 방식과 태양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설계해 최대 이해관계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구체화하고 구현하는데 힘쓰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대한변협과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는 “이번 법률플랫폼 업체의 등장으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등 유관기관들과 협조하고, 내부적으로도 충분히 논의해 나가며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인권 수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들의 법정 유일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의 대안 모색에 국회와 정부 부처, 유관기관 등이 함께 지혜를 모아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변호사단체들은 “이와 같은 사명감을 가지고 작금의 무분별한 온라인 플랫폼 기반 사업의 급속한 확장으로 인해 시장에서 소외되고 자본에 예속화하고 있는 여타 직역의 이해관계 단체들과 연대해 플랫폼 사업의 폐단 철폐와 플랫폼 서비스의 공정화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단체들은 “오롯이 자본과 영리추구 영역에 터 잡고 있는 지금의 법률플랫폼 서비스를 방치하는 것은 법률시장의 자본 예속화를 넘어 사법과 정의의 영역을 자본과 영리의 손에 허용하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다음은 이번 성명에 참여한 변호사단체.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이종엽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김정욱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임성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윤영선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상노
강원지방변호사회 회장 김철수
충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최석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임성문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석화
부산지방변호사회 회장 황주환
울산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창림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도춘석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 진용태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홍요셉
제주지방변호사회 회장 나인수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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