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조혜인 변호사는 10일 “차별금지법은 특정한 소수자 집단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와 약자라는 지위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회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조혜인 변호사

그는 “차별금지법은 일부를 위한 법이 아니라, 평등권 실현을 위한 사회의 기본적인 기틀을 세우는 법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다.

민변(회장 김도형)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국회 정문 앞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변은 이 자리에 ‘6월 민주정신,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가자!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고 적힌 10미터 길이의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좌측부터 차혜령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4월 15일부터 매주 목욕일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행동을 해왔고, 이날 제9차 목요행동은 민변 주관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 진행하는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기자회견 사회를 진행한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는 특히 국회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국민동의청원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민변 김도형 회장, 조수진 사무총장
민변 김도형 회장, 조수진 사무총장

민변은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촉구 의견을 표명했다”며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관한 국회의 책무는 나날이 막중해져 가고 있음에도, 21대 국회는 아직까지 차별금지법을 검토 논의조차 진행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조혜인 변호사

기자회견에서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인 조혜인 변호사는 발언자로 나서 ‘소수자 및 복합차별 관점에서 본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조혜인 변호사는 “6.10 민주항쟁의 날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감회가 새롭다”며 “누군가는 차별금지법은 일부 소수자를 위한 법이라고 말하면서 그래서 이런 법 제정이 그렇게 중요한지 묻기도 한다”며 “이러한 말의 근저에는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 소수자로 이미 정해져있고, 그들을 보호해 주는 법이 차별금지법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좌측부터 차혜령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조 변호사는 “그러나 소수자는 사회적 지위의 문제”라며 “누구도 소수자라는 정체성을 타고 나지 않는다. 사회의 권력과 위계가 사람을 소수자의 지위에 놓이도록 만든다”고 짚었다.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조혜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등으로 시작되는 차별금지법안의 23개 사유, 그리고 평등법시안의 21개 사유는 사회가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위계를 만들어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확인해 왔던 사유의 목록”이라며 “이러한 사유의 목록을 찬찬히 읽어볼 때, 우리는 특정한 사회구성원 일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 사유들을 둘러싼 위계의 자장 안에서 살아간다는 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좌측부터 차혜령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차별금지법안의 23개 사유에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이 있다.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조혜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는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계속 변화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경험한다”며 “그러면서 삶의 어느 국면에서는 반드시 성별, 나이, 인종, 종교, 학력, 병력 등을 둘러싼 위계에서 소수자의 지위에 놓이게 된다”고 환기시켰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91.1%가 ‘코로나19 계기로 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좌측부터 차혜령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은 이렇게 소수자의 위치에 놓여진 사람들이 먼저 경험하는 차별에 대한 증언들을 경청하고, 그러한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를 발견해서 그 구조를 계속 시정해나가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조혜인 변호사

조 변호사는 그러면서 “(차별금지법은) 특정한 소수자 집단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와 약자라는 지위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회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차별금지법은 일부를 위한 법이 아니라 평등권 실현을 위한 사회의 기본적인 기틀을 세우는 법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측부터 차혜령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는 “누군가는 한국에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같은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이 있기 때문에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다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실제 삶에서 경험하는 차별의 위계는 다양하고 늘 교차적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조혜인 변호사

조 변호사는 사례로 “같은 노인으로서 차별을 겪더라도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경험하게 되는 연령차별의 양상이 달라진다”고 했다. 또 “같은 여성이라도 그 여성이 선주민이냐, 이주배경을 가지고 있느냐, 그 중에서도 어느 국가 어는 민족 출신이냐에 따라 경험하는 성차별의 내용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조혜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는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여성 차별을 심의하는 위원회이지만, 2018년에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채택할 것을 한국에 권고했다”며 “이는 여성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도 현실의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복합차별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좌측부터 차혜령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조 변호사는 “실제로 다양한 차별의 위계를 중층적으로 경험하는 여성일수록 자신의 경험을 성차별만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며 “따라서 위 권고는 ‘빈곤 여성, 소수 인종ㆍ종교 그룹 및 성적 소수자에 속하는 여성, 등을 포함한 다양한 여성, 소외 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교차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채택’ 하라는 권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조혜인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는 “6.10 민주항쟁의 날에 우리 사회는 언제나 보다 더 실질적인 민주주의로 나아가자는 다짐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민주주의는 삶의 모든 국면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불평등의 구조를 인식하고 바꾸어나가는 과정 없이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좌측부터 차혜령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조 변호사는 “존엄, 평등,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진척시켜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주어진 무거운 시대적 요구”라며 “차별금지법만으로 이를 이룰 수는 없지만, 차별금지법의 제정 없이는 제대로 된 출발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조혜인 변호사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조혜인 변호사는 그러면서 “새로운 평등의 약속, 민주주의의 약속인 차별금지법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제정할 것을 국회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민변 김도형 회장<br>
민변 김도형 회장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는 “이제 더 이상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룰 수 없다”며 “국회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회장은 그러면서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반드시 응답하도록 차별금지법 제정 10만 행동, 국민동의청원 성공을 위해 박차를 가하자”고 호소했다.

차혜령 변호사,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nbsp;정병욱 변호사,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차혜령 변호사, 민변 회장 김도형 변호사, 정병욱 변호사,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조혜인 변호사

발언자로 나선 민변 노동위원회 정병욱 변호사는 ‘노동인권의 관점에서 본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또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차혜령 변호사는 ‘성평등의 관점에서 본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차별금지법은 생존의 요구다”,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다,

성명서 낭독하는 민변 류다솔, 장길완 활동가
성명서 낭독하는 민변 류다솔 상근변호사, 장길완 간사

또한 민변 장길환 간사, 류다솔 상근변호사가 “차별금지법은 시대적 과제이다.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지금 당장’ 나서라!”라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국회 앞 대로 건널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민변 변호사들
국회 앞 대로 건널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민변 변호사들

특히 민변은 기자회견 끝난 뒤에는 국회 앞 신호등 건널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 시민들에게 보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플래카드에는 ‘6월 민주정신,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가자!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고 적혀 있었다.

국회 앞 대로 건널목에서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자 퍼포먼스를 위해 재빨리 뛰어가는 민변 변호사들
국회 앞 대로 건널목에서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자 퍼포먼스를 위해 재빨리 뛰어가는 민변 변호사들

참가자들은 푸른 신호등이 켜질 때 재빠르게 움직여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퍼포먼스를 했다. 이 자리에는 박한희 변호사도 참여했다.

국회 앞 대로 건널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민변 변호사들<br>
국회 앞 대로 건널목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민변 변호사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