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CCTV의 방향을 고의로 조정해 타인의 주택 내부가 촬영될 수 있도록 한 피고인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한 판단이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A씨는 자신의 토지에 농작물 보호 등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설치해 둔 CCTV의 방향을 조작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다툼이 있었던 인근 B씨의 주택 내부가 촬영될 수 있도록 해 B씨로부터 고소당했다.

검찰은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를 설치 운영함에 있어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된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인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형사2단독 이재원 판사는 2020년 11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이재원 판사는 “고소인의 주택 부분을 향하도록 설치된 CCTV의 목적이 농작물 보호나 범죄 예방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 CCTV는 각도에 따라 고소인의 주택 창문, 난간 등을 비추는데, 실제 주택 내부가 선명하게 보이는지와 관계없이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자신 소유의 주택을 향하는 CCTV의 존재만으로도 사생활 침해의 불편을 겪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재원 판사는 “고소인이나 가족을 괴롭힐 의도로 CCTV의 방향을 조작한 것으로 보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고소인이나 가족이 피고인의 행위로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농작물 감시와 범죄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했을 뿐이고, CCTV는 피해자 주택의 하단 부분 쪽을 비추고 있었고, CCTV의 방향을 조작한 바도 없으며, 피해자 주택 내부를 촬영할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춘천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진원두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8일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면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양형에 고려할 만한 현저한 사정변경이 없다”며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과 원심판결의 양형이유를 대조해 보면, 피고인이 드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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