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공무원들이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각하 판결을 내린 근거에 대해 “친일 판결”이라고 규정하며 재판장을 질타했다. 특히 법원공무원들은 재판장이 망언을 쏟아냈다며 통탄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이인섭)는 9일 “국민 우롱하는 친일 판결 강력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법원본부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2018년 10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 배치되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법원본부는 “그런데 이 판결의 이유로 삼은 근거가 우리나라의 극우 친일인사나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원용해 큰 논란을 넘어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며 “더군다나 판결에 자신감도 없고, 떳떳하지 못했는지 기습적으로 선고기일을 앞당겨 당사자를 배제한 채 도둑선고를 했다”고 질타했다.

법원본부는 “(판결문에는) 한일협정으로 들여온 돈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느니,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의 불법성은 국내 해석일 뿐, 일본이나 국제사회에서는 그 불법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느니, 독도, 위안부, 강제동원 판결이 국제재판소에서 패소하면 국격이 손상되고, 대일관계, 한미동맹이 훼손된다는 등 실로 대한민국의 법관이라는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망언들을 쏟아냈다”고 통탄했다.

또 “왜곡되고 편협한 역사관을 넘어 반민족적, 반국가적, 반인륜적 철학과 소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법원본부는 “그러면 (재판장) 김양호가 판단의 근거로 제시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알아보자”며 “과연 이 협정으로 인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었는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1945년 이래 단 한 번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 법적 배상을 부인해 왔던 것”이라며 “그 결과 한일청구권협정에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은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본부는 “즉, 한일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이 국가로서 가지고 있는 외교보호권을 상호 포기한 것일 뿐,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닌 개인 간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이 협정과는 무관한 것이었다”며 “양승태 일당이 사법농단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일갈했다.

법원본부는 “역사적 전개과정을 보더라도, 일본정부는 전후 센프란시스코조약으로도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나 소련의 행위로 손해를 입은 일본 국민들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으므로, 직접 미국이나 소련을 상대로 소송을 하라는 것이 1990년대까지의 입장이었다”며 “마찬가지 논리로 한일청구권협정으로도 우리 국민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고, 손해를 입은 사람이 재판을 제기하고 구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짚었다.

법원본부는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수많은 강제징용소송이 있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전부 패소판결을 하면서도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는 강제징용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언급한 판결이 단 한건도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본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억지 주장을 한국 판사가 그대로 받아 쓴 것”이라며 “(김양호 재판부는) 국제재판소에서의 패소를 걱정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패소 할 판결을 쓰고 있으니 참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법원본부는 “갖은 수탈에 시달리던 일제하의 농민들은 거짓선전과 회유, 협박으로 일본 본토의 공장이나 광산 등으로 강제 동원되었고, 엄격한 감시 속에 구타와 체벌, 열악한 환경에서의 중노동과 학대 등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역사를 안다면 이런 파렴치한 판결은 내리지 못할 것이다. 이런 판사, 이런 판결이 국격을 손상 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법원본부는 “유관순 열사는 고문으로 팔다리가 다 부러져 나가면서도 이 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하나뿐인 것이 원통할 뿐이라고 했다. 그때 나이가 17세였다. 강제징용, 강제징집, 때론 독립을 외쳤다는 이유로 죽어간 사람들의 피맺힌 한 속에 세워 진 나라”라며 “판사씩이나 됐으면 부끄러움을 좀 알아야 한다”고 김양호 재판부를 일갈했다.

법원본부는 “청산되지 않은 친일의 역사를 탓하기만 하면 변하는 것은 없다. 이런 친일 판결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할 일을 찾았으면 한다”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이번 김양호의 각하 판결을 ‘친일 판결’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하며, 항소심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식적인 판결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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