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학교에서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한 징계처분에 대해 법원은 행정절차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A양은 2019년 중학교에 다니면서 같은 반 친구 6명과 함께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다. 이 중학교 학교폭력대책위원회는 2020년 1월 학생 7명 모두에 대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를 의결했다.

이에 중학교는 A양 등 학생들에 대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처분을 했다. 당시 학생부장은 A양 등 학생 7명에게 처분내용을 찍은 이미지와 함께 ‘이번 학폭과 관련한 학생(7명)들의 조치는 모두 동일하게 서면사과 조치결과가 나왔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A양은 2020년 6월 학내 임원선거에 후보로 나서려했으나, 학칙상 징계사유가 있는 학생은 출마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

이에 A양 측은 “이 처분은 적법하게 고지된 적이 없고, 특히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문서로 한 것이 아니므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에 따르면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해야 하며, 전자문서로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답만 신속히 처벌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학교 측은 “처분의 통보를 전자로 한 것은,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문자로 빠르게 통보를 받길 원하고, 당시 사건도 모든 과정을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진행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묵시적 관행적으로 사전에 동의가 있었다”고 맞섰다.

인천지법 1-1행정부(재판장 양지정 부장판사)는 최근 중학생 A양이 다니던 중학교 교장을 상대로 낸 ‘서면사과 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중학교가 A양에게 내린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처분은 무효라며 판단하며, 소송비용은 학교가 부담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 법리에 비춰 보건대,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지하면서 문서에 의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했을 뿐이므로, 위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에 위배돼 무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행정절차법 규정은 처분내용의 명확성을 확보하고 처분의 존부에 관한 다툼을 방지해 처분상대방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위반한 처분은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묵시적 사정이나 관행만으로는 전자문서(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처분하는 것에 대해 원고가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학교는 “당시는 학년말이어서 졸업식, 종업식, 학교생활기록부 입력 등 학사일정을 마무리해야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예방관리계획 수립, 교사의 전출입이 예정돼 있어서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었고, 이 사건 처분은 교육적 배려를 한 것으로서 사실상 처벌의 의미가 없으며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고 일반 고등학교의 진학 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미한 사안에 해당하므로,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단서에 의해 유효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는 겨울방학 중이었고, 통상 서면통지에 걸리는 기간은 2~3일에 불과하며 원고가 수령을 거절할 만한 사정도 없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가 제시한 업무를 고려하더라도 처분을 서면으로 통지한다고 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처분으로 인해 임원 선거에 입후보를 하지 못하게 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기도 한 점 등을 감안하면,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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