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질병관리청장에게, 성별에 따라 부양의무자를 달리 정하고 있는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지침을 차별적 요소가 없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진정인은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은 후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한 의료비를 신청하려던 중, 기혼여성은 ‘출가외인‘이므로 시부모가 부양의무자가 된다며 시부모의 소득내역 제출을 요청받았다.

이에 진정인은 “결혼한 남성은 친부모가 부양의무자로 지정되는 것과 달리, 결혼한 여성은 배우자의 부모를 부양의무자로 지정하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므로 이를 개선해 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질병관리청은 본 사업의 지원 대상은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 및 재산조사를 근거로 선정하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의 부양의무자 가구 산정기준을 준용하고 있으며, 기혼여성의 경우 친정부모의 소득재산조사를 면제해 오히려 기초생활보장사업보다 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정문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은 피진정인(질병관리청)의 주장과 달리 부양의무자를 1촌의 직계혈족으로 정하고 있고, 수급권자의 성별과 무관하게 수급권자의 친부모가 부양의무자가 되는 반면, 본 사업은 별도로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는 사람’ 조항을 마련해 그에 따라 남성 지원대상자는 그 부모가, 여성 지원대상자는 시부모가 부양의무자가 되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의 부양의무자 적용기준과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사업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르면, 남성과 달리 여성은 혼인상태(비혼, 기혼, 이혼)에 따라 친부모와의 부양관계가 변경된다.

인권위는 “이는 여성이 혼인을 통해 ‘출가’ 해 배우자의 가(家)에 입적되는 존재라는 전통적 가족관계와 고정관념에 기초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가치에 따른 호주제도는 이미 오래전에 폐지되었고, 오늘날 경제활동 및 사회 전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지위로 참여하고 가족관계도 부부를 중심으로 가족구성원 개인의 자율적 의사가 존중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피진정인이 기혼여성의 부양의무자를 시부모로 지정한 행위는 그 자체로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성별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차별적 요소가 없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로리더 김길환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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