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두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서 마약을 했는지, 성형수술을 하느라 보톡스를 맞고 있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한 발언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의혹 제기와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법원에 따르면 인권운동가 박래군 4ㆍ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2015년 6월 경찰의 4ㆍ16연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4월 16일 7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을 때 뭐하고 있었냐? 혹시 마약하고 있는 거 아니냐? 전 궁금합니다. 청와대 압수수색해서 마약하고 있었는지 아니었는지 한번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박래군 위원은 “또 그런 얘기도 나옵니다. 피부미용, 성형수술 등등 하느라고 보톡스 맞고 있던 거 아니냐? 보톡스 맞으면 당장 움직이지 못하니까 7시간 동안 그렇게 하고 있었던 거 아닌가 그런 의혹도 있다. 청와대 곳곳을 구석구속을 다 뒤져서 마약이 있는지 없는지, 보톡스 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마약을 하거나 피부미용, 성형수술을 위한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어 직무수행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박근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래군 위원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 쟁점은 공적 인물, 즉 공인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한 의혹 제기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1월 “최소한의 진위 확인을 하지 않고, 합리적 근거 없이 악의적인 공격으로 대통령이 공인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2016년 12월 박래군 위원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은 세월호 참사 발생 무렵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것으로서 공적 관심사에 관한 문제 제기에 해당하는 면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 특히 ‘박근혜 개인이 마약을 했다’는 부분은, 우리 사회에서 마약이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비춰 희화적인 묘사나 풍자에 해당한다고 도저히 볼 수 없고, 이를 넘어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표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는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3월 25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은 압수수색의 부당성과 피해자의 행적을 밝힐 필요성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의혹을 제시한 것으로 ‘피해자가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어 직무 수행을 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항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표현행위를 한 것으로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죄로 처벌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자회견의 전체적인 내용을 통해 발언의 맥락을 보면, 피고인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서 확인해보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경찰의 4ㆍ16연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발언을 하면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피고인이 제시하는 의혹이 사실임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발언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상당한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구체적 행적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볼 때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적정한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므로 표현의 자유가 특히 폭넓게 보장되어야 하는 표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행적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었고, 당시 구체적인 정황의 뒷받침이 없었는데도 마약과 보톡스를 비롯한 다양한 의혹이 이미 세간에 널리 퍼져 있었는데, 피고인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한 피고인이 당시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행적을 알 수 있는 특별한 지위에 있지 않았으므로, 피고인 발언을 듣는 사람들이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따라서 피고인의 발언이 피해자(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이 피고인 발언이 의혹 제기를 넘어 사실을 적시한 것이고,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표현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에 해당해 위법성이 있다고 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런 판단에는 형법에서 정한 명예훼손죄의 사실 적시, 전면적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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