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회사 회식을 끝내고 만취한 상사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법원은 회식비용을 모두 회사가 부담했고, 상사를 숙소까지 데려다준 것으로서 업무와의 연관성이 있다고 봐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회사원 A씨는 2019년 3월 새벽 3시경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다가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회식은 분기에 한 번하는 팀 회식과 전입 사원의 환영 회식을 겸하는 자리였고, 회식은 3차까지 이어졌다. 1차 회식비용은 팀장이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2차와 3차 회식비용은 팀장이 개인카드로 결제한 후에 회사로부터 반환 받았다.

A씨는 회식을 마친 후, 술에 만취한 팀장을 숙소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가 났다.

망인(A)의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11월 “2차, 3차 회식은 사업주의 지배 관리 하에 있는 회식으로 볼 수 없어 사고는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망인은 사업주가 주관한 회식에서 과도하게 음주했고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울산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정재우 부장판사)는 최근 망인의 처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의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망인이 참석한 회식은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망인은 회식에서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러 그것이 주된 원인이 돼 사고로 사망하게 됐다”며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3차 회식은 공식 회식이 아니라 직원들 간의 개인적인 회식이어서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팀장이 개인 신용카드로 3차 회식비용을 결제한 후 그 비용이 회사에서 지급되었고, 회사 사업주도 시간대와 회차에 관계없이 일반적인 음주자리는 회식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진술해 3차 회식을 공식 회식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망인은 3차례에 걸친 회식으로 상당한 양의 소주와 맥주를 마신 것으로 보이고, 회식이 끝날 무렵 망인은 상당히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이 팀장이자 회식의 주 책임자를 숙소에 데려다 준 것 역시 회식의 부 책임자로서 공식 회식을 잘 마무리하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보이고, 이는 업무수행의 연속이거나 적어도 업무수행과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과음한 상태에서 편도 3차로의 넓은 도로에 이르러 무단으로 도로를 건너간 망인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망인이 평상시 무단횡단을 습관적으로 해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고 당시 망인은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통상적으로 가지는 주의능력이 상당히 제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고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해,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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