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부장판사 법복을 벗고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법제처장을 지낸 김형연 변호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법조인들의 질타가 매섭다.

김형연 법제처장 취임식 / 사진출처=법제처

먼저 김형연(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는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7년 3월 ‘사법농단’을 비판하다가 5월 법원에 사직서를 내고 법복을 벗었다. 그런데 그는 며칠 뒤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사법부 독립’에 대한 논란이 됐다.

김형연 변호사는 201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법무비서관으로 일한 뒤에는, 차관급인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그는 또 2019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법제처장으로 근무하고, 11월에는 법무법인 동인에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김형연 변호사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부 부회장 사건 변호인단에 지난 2월 합류해 활동하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유죄 판결로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 측에서 특별사면(특사)을 염두에 두고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인 김형연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의원 지낸 금태섭 변호사

이와 관련,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는 12일 페이스북에 “김형연 전 법무비서관, 이재용 변호인단 합류…특별사면 노림수?” 기사를 링크하며 <판사 출신 전 청와대 비서관의 행보>라는 글을 올렸다.

금태섭 변호사는 “경악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공적 마인드는커녕 최소한의 염치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이런 일이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다면 민주당은 무엇이라고 했을까”라면서 “문재인 정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제93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쓴소리를 냈다.

김한규 변호사는 “이 분은 법원개혁을 외치다가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하더니, 사직서 잉크가 젖은 상태에서 청와대 직행하여 법원개혁 목소리를 오염시키고, 현 정부 내내 고관대작(법무비서관, 법제처장)에 계시다가 사직서를 내더니 이재용 변호인단에 합류하셨다”며 “부와 권력을 모두 누린 셈이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이재용 변호인단에) 이미 수많은 변호인들이 검찰단계에서부터 관여하고 있기에 이 분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기사에 언급되었듯이 사면역할 (매개체)을 한다면, 신종 전관예우를 노리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그러나 이는 완전한 악수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이제 모든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며 “만일 하나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한다면 신종 전관예우가 통한 것으로 의심할 충분한 외형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예의주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과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등 굴지의 대형로펌 변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양홍석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의 비판도 따갑다.

그는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멋지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조롱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기라성 같은 변호사들이 이미 (이재용) 변호인단에 차고 넘침에도 불구하고, (김형연 변호사에게) 변론을 맡길 정도의 실력, 법원에서 바로 청와대로 점프했다가 문재인 정부 고위직을 맡았음에도 퇴직 후, 얼마 되지 않아 국내 최고의 재벌 총수 변론을 맡아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자신감과 용기에 머리를 숙인다”고 꼬집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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