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허위의 사실을 입증할 ‘목적’으로 증거를 만들거나 사용한 경우도 ‘증거위조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12일 대표 발의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송옥주 의원은 “이는 지난 1월 28일 대법원이 증거위조죄와 관련해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나, 처벌 근거가 되는 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를, 법 개정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송옥주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송 의원이 개정안 발의 배경이 있다. 최근 형사재판 과정에서 의뢰인의 감형을 목적으로 증거를 생성해 법원에 이를 제출한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한 사건이 있었다.

A변호사는 2018년 교도소에서 공무원에게 알선 청탁을 하고, 업체(회사)로부터 공사 수주 알선 대가로 돈을 받아 재판 중에 있던 의뢰인 B씨를 접견하면서 “C회사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반환한 것으로 하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 반환할 돈이 없으니 회사 측에 돈을 입금한 후 돌려받고 이를 반복하며 돌려막기를 하는 방법이 있다”는 취지로 조언했다.

형량을 낮추기 위해 승낙한 B씨는 이 같은 방법을 지인들에게 부탁해 2000만원~7000만원 등 나눠서 C회사에 입금하게 한 후, 이들의 계좌로 다시 돌려받았다.

즉, 알선 회사에 돈을 입금해 입금확인 영수증을 챙기고, 지인들의 계좌로는 재송금 받아 돈을 반환한 듯 허위로 꾸민 것이다.

B씨는 실제로 회사에 반환한 돈이 전혀 없음에도 “3억 5000만원을 회사 측에 모두 반환했다”며 재판부에 입금확인증 등을 제출했다. 또 “알선 대가를 전액 반환했으니 감형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변론요지서를 제출했다.

결국 변호사의 조언을 받은 B씨는 항소심 재판에서 6개월을 감형 받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실상을 알게 된 검찰은 A변호사에 대해 형사사건에 관한 양형증거를 위조하고, 위조한 증거를 사용한 혐의(증거위조, 위조증거사용)로 기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변호사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 1월 28일 증거위조 및 위조증거사용 혐의로 기소된 A변호사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증거위조죄의 ‘위조’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허위 사실을 뒷받침하는데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내용과 작성명의에 아무런 허위가 없는 증거를 증거위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법률 문언이 가진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 부당하게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출한 입금확인증이 해당 금원을 회사 측에 모두 반환했다는 허위의 주장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 자체에 허위가 없는 이상 이를 허위의 주장과 관련지어 ‘허위의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물론 증거 자체에는 아무런 허위가 없으나 그 증거가 허위 주장과 결합해 허위 사실을 증명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행위는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위와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구성요건을 신설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형법 제155조 제1항이 규정한 ‘증거위조’의 의미를 확장 해석하는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의뢰인 지인들의 계좌에서 회사 계좌에 돈을 송금하고 다시 되돌려 받는 행위를 반복한 후 송금자료만을 발급받아 이를 3억 5000만원을 변제했다는 허위 주장과 함께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형법상 증거위조죄의 보호법익인 사법기능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제출한 입금확인증 등은 금융기관이 금융거래에 관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로서 그 내용이나 작성명의 등에 아무런 허위가 없는 이상 이를 증거의 ‘위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위조한 증거를 사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155조 제1항이 규정한 증거의 ‘위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대법원도 ‘위와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구성요건을 신설하는 것’을 언급한 것처럼, 송옥주 의원은 해당 판결이 자칫 재판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법의 사각지대’로 판단했다.

이에 송옥주 의원은 형법 제155조(증거인멸등과 친족간의 특례)에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입증할 목적으로 증거를 생성하거나, 생성된 증거를 사용한 자’도 ‘증거위조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옥주 의원은 “이번 개정을 통해, 현행 ‘증거위조죄’ 관련 형법 조항의 허점 악용을 사전에 바로잡는 공정한 법질서의 확립을 기대한다”며, “죄를 지었지만 법이 없어 처벌을 못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 법의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에 거듭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김승남, 김승원, 김영호, 남인순, 민홍철, 박성준, 박홍근, 양경숙, 용혜인, 윤재갑, 이수진(동작), 이수진(비례) 등 13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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