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공매입찰에 참여하면서 입찰금액에 실수로 ‘0’을 하나 더 써낸 입찰자가 낙찰 무효를 주장하면서 공매보증금 3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세무당국을 대리해 2020년 1월 소유자의 세금체납으로 압류된 부동산에 관해 공매예정가격 33억 2228만원, 입찰기간을 정해 공매공고를 했다.

A씨는 2020년 3월 캠코가 운영하는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디를 통해 입찰금액 335억 102만원을 기재한 입찰서를 제출했다. A씨는 이날 공매예정가격의 10%인 3억 3222만원을 공매보증금으로 납부했다.

국세징수법은 공매보증금액을 공매예정가격의 100분의 10 이상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고, 캠코의 ‘압류재산 인터넷공매입찰 참가자 준수규칙’에는 공매보증금액을 공매예정가격의 10%로 정한하고 있다.

이후 A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게 입찰금액 ‘33,501,020,000원’은 ‘3,351,020,000원’의 오기임을 주장하면서, 자산을 낙찰자로 결정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숫자를 입력하면서 중간에 ‘0’을 하나 더 기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산관리공사는 A씨에게 입찰금액 오기 주장은 매각결정을 하지 않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를 이 부동산의 매수인으로 정해 매각결정을 하고, 매수대금 납부기한을 고지했다.

A씨는 납부기한까지 매수잔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자산관리공사는 A씨에게 매수대금 미납을 사유로 매각결정을 취소했으며, 보증금을 체납세액에 충당했다.

결국 A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등 청구소송을 냈다.

A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온비드에 입찰금액 혼동을 방지하는 조치를 소홀히 해 원고가 입찰금액을 잘못 기재하고, 이를 이유로 피고에게 낙찰불허가를 요청했으며, 원고의 입찰금액이 최저입찰가 보다 현저히 높은 금액이어서 피고도 원고의 입찰금액이 오기임을 잘 알 수 있었고, 이는 매각결정을 할 수 없는 중대한 사실에 해당하므로, 이번 매각결정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이고 이를 전제로 한 취소처분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4월 22일 A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등 소송(2020구합72645)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책임으로 입찰서를 작성해 제출했고, 입찰금액의 오기 등을 이유로 입찰서를 변경 또는 취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법률에서 정하는 예외사유가 없다면 매각결정을 해야 하고, 명확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공매절차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입찰자의 낙찰불허가 요청ㆍ입찰금액과 공매예정가격의 차이가 크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다른 법률상 예외사유에 준하는 매각결정을 할 수 없는 중대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의 입찰서에 따른 매각결정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입찰제도는 비밀을 유지한 상태에서 매수신고액의 고저를 상호 비교해 최고가매수신고인을 결정하므로, 입찰의 변경 또는 취소를 인정하면 절차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원고가 확인하고 동의한 입찰참가자준수규칙은 ‘입찰자가 제출한 입찰서는 변경 또는 취소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원고가 유일한 입찰자라고 하여 이와 달리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찰자는 온비드를 통해 입찰서를 제출하기 전 최저입찰가 등의 공고내용 및 입찰참가자준수규칙 내용을 확인하고 동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원고는 입찰참가자준수규칙 내용을 확인하고 동의했으며, 전자서명을 거쳐 입찰서를 제출한 다음 보증금을 납부한 점을 재판부는 짚었다.

A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무효인 처분에 따라 보증금을 체납세액에 충당한 것은 법률상 원인이 없으므로, 3억 3222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A씨는 “이 사건 처분이 유효하더라도 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으로 부당히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감액된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매보증금은 입찰자의 계약이행능력을 담보하고 투기적 입찰을 방지해 경쟁입찰의 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피고는 공매보증금 귀속 외에 계약체결의무를 불이행한 낙찰자를 제재하는 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의 공매보증금액이 과다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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