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는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A씨는 정보통신망에 피해자에 대한 거짓의 사실을 게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됐고, 2018년 1월 법원에서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재판 진행 중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18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벌칙)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제70조 3항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2항의 죄를 친고죄로 정하지 않고 반의사불벌죄로 정하고 있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3자의 고발이나 수사기관의 직권에 의한 수사가 개시될 수 있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즉 “피해자의 고소 없이 수사가 개시될 수 있게 돼,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는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3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함으로써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할 경우 수사 및 공소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곧바로 새로운 기본권 제한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헌재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함으로써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 및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를 살폈다.

헌재는 “친고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고소가 있어야 수사 및 형사소추가 개시될 것이므로 피해자의 의사를 폭넓게 존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피해자가 범죄자의 보복 또는 사회적 평판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반면 반의사불벌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 및 형사소추가 개시돼 범죄자의 손해배상과 합의를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도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 개시됨으로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그러므로 어느 한쪽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이에 입법자는, 공소권 행사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소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형량해 친고죄ㆍ반의사불벌죄 여부를 달리 정한 것이므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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