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국법질서는 지엄하다, 그리고 공정해야 한다 -이재용 사면론에 부쳐->

경제단체와 종교계, 그리고 언론계까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외쳐댄다.

한국경제를 살려낼 수호신으로,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승기하기 위한 유일한 카드로, 심지어는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는 능력자로 내세워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줄기차게 주장한다. 급기야 청와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이 검토된 바 없고 검토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판결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부터 사면 이야기가 거론된 것이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단체 명의로 이날 청와대 관련 부서에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었다. 위 단체들은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일탈은 엄격한 잣대로 꾸짖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기업의 본분이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달라’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한 것이다.

​사실 삼성 이재용 부회장만큼 국법질서에서 특혜를 받은 사람은 없다. 우선 그가 저지른 범죄에 비하여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라면 아마도 10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판과정에서도 원하는 모든 증거조사 절차를 받아들였다. 수사과정에서도 최대한의 편의를 받았었다.

그리고 마지못해 선고된 형량이 2년 6월이다. 2심에서 상당 부분 무죄를 받으면서 집행유예를 얻어냈다. 대법원에서 무죄부분이 유죄로 바뀌면서 부득이 다시 실형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부분도 판사들의 지나친 주관적 판단에 기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만큼 많은 특혜를 얻으면서 재판이 진행됐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한민국의 기득권층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위해 총궐기하는 모양새다.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기업 오너라서?, 우리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서?, 세계 경제질서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사람이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오로지 같은 재벌그룹을 운영하는 동료의식, 또는 언론 등의 경우 자신들에게 돌아올 경제적 이익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아무렇게나 행사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기본적인 국법절서가 있고, 그러한 국법질서는 국민 누구에게나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일정한 제제가 가해지는 것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일반 국민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특정인을 위한, 특정 세력을 위한 사면은 지양돼야 한다.

품위와 품격이 있는 사면권 행사여야 한다. 재벌기업의 오너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경제를 살릴 구세주라는 이유를 들어서, 반도체 전쟁이나 백신확보에 있어서 국익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이유로 쉽게 사면을 해준다면 도대체 국민들이 약속한 국법질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문제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하여 국민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삼성이 자주 불법행위와 연계되는 행태에 대해서 매우 불편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잘못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 데 대하여 사죄의 의사를 표해야 하며, 자신은 이번 기회에 떳떳하게 수형생활을 견뎌내면서 자신과 삼성이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해야 한다. 더 이상 누구도 자신을 위한 사면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말이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대한민국과 세계 경제질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걸맞는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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