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공직감찰반의 운영규정을 공개하라며 청와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 대해 법원이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참여연대는 청와대가 비공개하면서 불신을 자초한다면서 법원 결정을 받아들여 즉각 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작년 6월 금융감독원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참여연대가 청와대 감찰의 세부내용을 담고 있는 ‘대통령비서실 공직감찰반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과 ‘디지털 자료의 수집ㆍ분석 및 관리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하 처리지침)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를 비공개 처분하고 이의신청마저 기각하자, 참여연대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 정보는 특정인에 대한 감찰결과 또는 특정한 감찰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감찰에 대한 일반원칙을 담고 있는 규정과 지침에 불과하므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비공개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2행정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지난 4월 8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통령비서실 공직감찰반 운영규정’ 등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를 판결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이 당연한 결과”라면서, “즉각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청와대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정보는 감사ㆍ감독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청와대의 비공개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운영규정은 감찰반의 구성, 감찰업무의 원칙 및 절차, 업무수행 기준 등에 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 및 기준, 절차 등을 정하고 있을 뿐, 공개될 경우 감찰업무의 밀행성을 저해할 만한 정도의 구체적인 업무처리절차를 정하고 있지 않고, 감찰업무에 관한 특정인이나 특정사건과 직접 결부될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처리지침은 감찰반에 의한 디지털 자료의 수집ㆍ분석ㆍ관리 등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업무처리 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있을 뿐, 공개될 경우 디지털 증거의 수집ㆍ분석ㆍ보관 업무의 수행을 저해하거나 그 업무의 보안을 해칠 만한 내용을 정하고 있지 않고, 감찰반의 디지털 자료 관련 업무에 있어서 특정인이나 특정사건과 직접 결부될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지침은 감찰반에 의한 디지털 자료ㆍ수집에 있어서 조사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인권침해 논란을 원천 차단함과 아울러 디지털 자료 파기ㆍ반출 등 관리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제정된 것인데, 이 지침을 공개할 경우 조사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제정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운영규정과 처리지침은 주요 내용이 이미 공개되었거나 일부는 모법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의 규정과 유사한 점, 공개될 경우 감찰반 소속 공무원의 규정 준수 여부 등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가능해지고, 감찰반의 감찰업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비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보다 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정했다.

청와대는 “운영규정이 공개될 경우 감찰대상자가 자신의 사건에 대한 업무분장 등을 확인할 수 있어 감찰반 내 특정인을 상대로 로비를 할 수 있고, 구체적인 업무절차와 업무수행 기준 등을 파악해 감찰에 대응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운영규정에는 감찰대상자가 감찰반 내 특정인을 상대로 로비를 하기 위해 사건에 대한 업무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감찰반 구성원의 개별적인 업무분장이나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없으므로, 그것이 공개된다고 하여 감찰반 내 특정인을 상대로 한 로비가 증가할 위험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운영규정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두고 있을 뿐이므로 감찰대상자가 운영규정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라 감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감찰업무의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처리지침은 감찰반에 의한 디지털 자료의 수집ㆍ분석ㆍ관리 등에 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업무처리 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공개될 경우 규정 내용에 대응한 감찰대상자의 디지털 증거의 훼손ㆍ파기ㆍ은닉 등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감찰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청와대는 2018년 김태우 전 특감반원 비위 사태와 민간인 사찰 의혹이 제기된 후 2018년 말 ‘대통령비서실 직제’를 개정하고, 대통령 비서실 훈령으로 운영규정과 업무 매뉴얼인 처리지침을 제정했다.

그 후 2020년 6월 금융감독원에 대한 청와대 감찰의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자, 참여연대는 “청와대 감찰의 범위와 대상은 무엇이고, 어떤 기준과 과정을 통해 감찰이 수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운영규정 등이 공개되어야 한다”며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거부돼 소송으로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청와대가 관련 규정을 비공개하면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청와대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 즉각 해당 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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