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원장단은 15일 “변호사시험 합격률 60%는 로스쿨 정상화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자 첫걸음”이라며 “변호사시험 응시자의 60% 이상 합격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한기정)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3회에 걸쳐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줄일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로스쿨협의회는 “대한변협의 성명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전체 응시자의 약 38%만을 합격시키고 62%를 탈락시키라는 요구로서, 교육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들은 5가지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전국 로스쿨 원장들은 첫째, “응시자 대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법전원에서의 교육은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황폐화되고, 이는 미래세대 법률가들의 실무능력과 국제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스쿨협의회는 “변호사시험 불합격자 수는 제1회 214명에서 제9회 1548명으로 7.2배 증가했였고, 합격률은 제1회 87.15%에서 제9회 53.32%로 대폭 하락했으며, 무엇보다도 합격선 점수가 제1회 720.46점에서 제9회 900.29점으로 대폭 상승했다”며 “즉 단순히 합격자의 비율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합격자에게 요구되는 절대적인 점수가 매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에 따라 법전원 학생들의 불안감이 가중돼, 법전원 교육, 변호사시험, 실무연수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며 “즉 대다수 학생들이 3년 내내 변호사시험 준비에 몰입하면서, 다양한 특성화ㆍ전문화 선택과목이 폐강되는 등 학교는 법학의 다양성을 상실하고, 학생들은 단편적인 수험용 지식 암기와 수험용 기술 습득에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3년 내내 변호사시험 준비에 매몰되다 보니 리걸클리닉, 모의재판, 실무수습, 자율적 학회 활동, 세미나 등의 적극적 활동이 빈약해지고, 이에 따라 미래의 법률가들에게 요구되는 의사소통, 협업, 비판적 사고, 전략적 사고, 프로젝트 관리 등의 능력을 함양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가 2019년 4월 29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로스쿨협의회는 “오히려 이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싱싱한 창의성과 개방성마저 3년의 수험용 암기 과정을 통해 철저히 퇴화시켜 버리는 것이 오늘날 변호사시험 제도의 뼈아픈 모습”이라며 “이는 인공지능 시대에 다양한 직역과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게 활동해야 할 미래세대 법률가들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물론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인다고 이런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고, 법전원과 교수들의 대대적인 각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의 낮은 합격률을 그대로 두거나 심지어 이를 더 낮춘다면,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어떤 개혁도 가능하지 않다”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 60%는 법전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자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로스쿨 원장들은 둘째,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장학금 확대, 특별전형 확대, 지역인재 선발의무 등을 통해 법률가가 될 기회의 확대를 추구하는 국가정책과도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협의회는 “로스쿨 정원의 7%를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야 하고, 등록금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해야 하며, 지방소재 법전원의 경우 지역대학 졸업자 중에서 정원의 10~20%를 선발해야 하는 등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통해 취약계층의 입학 기회를 확대했으나 이들의 실질적인 변호사 합격률이 낮으므로, 마치 희망고문과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실제로 2019년의 경우 전체 합격률은 50.8%, 수도권 일반전형 졸업생의 합격률은 61.2%였으나, 특별전형 졸업생의 합격률은 33.6%(특히 지방권 법전원의 특별전형 졸업생의 경우 18.8%), 지역인재 졸업생의 합격률은 35.9%에 불과했다”며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지금처럼 낮게 유지한다면 차라리 소외계층 우대라는 정책목표와 관련 제도들을 폐지하는 것이 솔직한 처사”라고 짚었다.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가 2019년 4월 29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로스쿨 원장들은 셋째, “법전원은 엄정한 학사관리를 실시하고 있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충실한 교육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스쿨협의회는 “유급자의 숫자로 교육성과를 판단한다는 것이 매우 비교육적이기는 하나, 2019년 전국 25개 법전원에서 유급된 인원은 89명에 달하고, 졸업학점을 이수했으나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등의 사유로 졸업하지 못한 학생의 수도 124명에 달한다”며 “이는 법전원 학사관리의 엄격성을 보여준다”고 제시했다.

또한 “학사관리가 엄정한 예로 자주 거론되는 의대와 법전원의 학사관리를 비교하면(2018년 대학알리미 기준), 의대의 경우 37개교 9598명 중에서 자퇴 14명, 제적 8명, 기타 5명 등 27명(0.4%)이 중도 탈락했으나, 법전원의 경우 25개교 5972명 중에서 자퇴 159명, 제적 8명, 기타 16명 등 183명(3.06%)이 중도 탈락하고 있다”며 “이 중 다양한 이유가 작용하는 자퇴를 제외하고 제적만 보더라도 법전원의 학사관리가 의대보다 오히려 엄격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법전원은 2~3년마다 대한변협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가 실시하는 엄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엄격한 재정요건, 시설요건, 강의적합성, 연구실적 등을 충족하고 매번 수천 페이지가 넘는 실사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법전원의 학사관리가 부실하다는 일각의 지적은 이러한 법전원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로스쿨 원장들은 넷째, “현재 국내 송무시장에서 변호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법률서비스 시장의 구조개선과 체질개선을 통해 풀어나갈 문제이지, 변호사 선발인원 감축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고 대한변협을 지적했다.

로스쿨협의회는 “로스쿨을 통해 많은 수의 변호사가 새로 배출되었으나 송무사건 수는 정체 상태여서 송무시장이 포화상태인 것은 사실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변호사 숫자는 2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10년간 민사ㆍ형사 소송사건 수는 오히려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국내 법률시장 매출 규모 역시 2010년 3.1조원에서 2019년 6.3조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고, 2020년 법률서비스 무역시장의 규모도 2.8조원에 달한다”며 “즉 변호사 수의 급증 및 송무사건 수의 정체로 인해 국내 송무시장의 전반적인 사정은 악화되었지만, 비송무 및 국경 간 법률서비스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협의회는 “그러므로 변호사업계의 포화 현상은 국내 송무시장을 넘어선 시장 확대, 직역 확대, 법률서비스의 선진화 등 법률시장의 구조개선을 통해서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봤다.

로스쿨 원장들은 다섯째, “변호사 선발인원 감축의 예로 거론되고 있는 일본은 법률시장에 관한 한 모범적인 사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로스쿨협의회는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 변호사 선발인원이 감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즉 일본은 한국에 비해 인구 2.48배, 국내총생산 3.5배에 달하지만,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수는 1500명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예에 따를 것을 주장한다”며 “그러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소송사건은 1.9배, 고소ㆍ고발 건수는 무려 39.7배에 달하는 등 법률서비스 수요 자체가 우리나라가 오히려 더 크다. 더구나 일본은 법조 유사직역 인원이 한국보다 월등히 많으므로 단순비교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한 “일본은 국내총생산 중 법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영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 선진국에 비해서도 훨씬 낮고, 인구당 변호사 숫자도 훨씬 적으며, 법률시장의 규모 자체가 한국보다도 작다”며 “헌법재판이나 행정소송도 드물고, 로펌들의 대형화와 국제화도 한국에 오히려 뒤진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런 점에서 볼 때 적어도 법률시장 및 법률서비스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본이 우리의 모델이나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며 “오히려 엄격하게 변호사 숫자를 통제하면서 전통적인 국내송무 위주의 프랙티스에 안주하고 비송무 영역을 비변호사들에게 맡겨두고 있는 일본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내 법률산업의 장기적인 발전방안을 구상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가 2019년 4월 29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br>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가 2019년 4월 29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은 “결론적으로 자격시험의 성격에 맞게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응시자 대비 60% 이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쿨협의회는 “법전원 출범 당시 법원행정처, 법무부, 교육부 등 관계기관은 법전원 입학정원이 곧 법조인 배출 인원수라고 봤다. 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 전문직 교육기관의 경우에도 졸업자들은 대부분(90% 이상) 해당 전문가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험들과 달리 변호사시험만 합격자 수를 별도로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법전원 도입 취지를 전적으로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변호사시험은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하고 정상적인 법전원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 대해 법률가로서의 기본소양과 자질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격시험”이라며 “따라서 법전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은 단기간의 집중적인 준비를 통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도록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쿨협의회는 “다만 변호사시험 합격자 실무연수를 위한 국고보조금이 중단되고 현장연수를 담당할 관리지도관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대한변협의 고충에는 크게 공감한다”며 “양질의 연수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들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제자들이 양질의 실무연수를 받고 훌륭한 변호사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협력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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