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공중밀집장소 ‘추행’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합헌…헌재 첫 판단
헌법재판소, 공중밀집장소 ‘추행’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합헌…헌재 첫 판단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1.04.04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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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대중교통 등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추행한 사람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공중밀집장소추행죄를 규정한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법소원을 청구한 A씨는 2017년 9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B씨의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B씨의 허벅지를 만져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1심과 항소심은 A씨에게 벌금 150만원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A씨는 상고심 계속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대법원에서 신청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자 2019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범죄 의사가 없는 우연한 신체 접촉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는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 사건 이후인 2020년 5월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법정형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 인구의 집중으로 다중이 출입하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추행 발생의 개연성 및 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추행장소가 공개돼 있는 등의 사정을 이용해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추행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와 같은 추행의 개념 및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추행’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잉금지원칙 위반에 대해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유형력 행사 이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추행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형사처벌은 위와 같은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는 피해자와의 접근이 용이하고 추행장소가 공개되어 있는 등의 사정으로 피해자의 명시적ㆍ적극적인 저항 내지 회피가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폭행·협박 등의 수단 없이 보다 쉽게 추행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공중밀집장소추행은 피해자의 일상생활 영역을 포함해 다양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하게 일어날 수 있어 방어가 어렵고, 추행장소가 공개돼 있어 추행의 정도와 상관없이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므로,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헌재는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추행의 고의가 인정되어야 하므로,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처벌되지 않는다”며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매년 꾸준하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는 행위로서, 이와 같은 행위를 형사처벌함으로써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중대한 공익이고,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편, 이번 결정은 공중밀집장소추행죄를 규정한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처음 판단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강제추행죄에 관한 헌법재판소 선례 및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 관한 대법원 판결, 공중밀집장소에서 발생하는 추행행위의 특수성, 법정형 등을 고려해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가 언급한 선례는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와 관련해,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뜻하며, 형법 제298조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한 대법원은 심판대상조항에서 ‘추행’의 의미도 형법상 강제추행죄에서 ‘추행’과 동일하게 파악하고 있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양태,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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