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폭행 사건 현장에서 112신고를 하고, 상대방이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자 도망가지 못하도록 옷을 잡은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B(남)씨는 2019년 11월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A씨가 옆에서 재채기를 한 것에 불쾌하게 생각하던 중 함께 하차하게 됐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향해 다가와 피했음에도, B씨는 A씨 정면으로 다가와 얼굴 쪽에 기침을 했다.

A씨는 이에 대응하지 않고 B씨를 피해 지하철 승강장을 빠져 나가려고 했으나, B씨가 A씨 바로 옆에서 다시 크게 기침을 하면서, 두 사람이 실랑이가 발생했다.

A씨는 112에 B씨를 폭행으로 신고하고, B씨가 사건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자 오른손으로 B씨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사이의 옷을 잡았다.

그런데 검사는 멱살을 잡았다며 A씨의 폭행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하되, 피해 정도 등을 참작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A씨는 2020년 2월 기소유예처분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사가 청구인(A)에게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청구인은 112에 피해자를 폭행으로 신고하는 도중에 피해자가 사건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자, 경찰이 올 때까지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사이의 옷을 잡고 있었을 뿐이고, 오히려 피해자가 청구인의 멱살을 잡고 밀치고 당긴 사실이 인정된다”며 “청구인은 피해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로서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이탈하는 경우 사후에 피해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헌재는 “청구인이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사이의 옷을 잡고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요건을 충족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고 봤다.

헌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검사)이 피해자가 112신고 전 청구인의 오른쪽 상체에 유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거나 또는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목격자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오해 및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자의적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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