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 법원에 근무하는 구성원들은 대법관 중 검찰 출신을 임명하는 관행에 대해 압도적으로 ‘잘못된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법원구성원들은 검찰 출신 박상옥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추천된 검찰 출신 봉욱 후보자의 제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이인섭)는 오는 5월 8일 임기가 만료돼 퇴임하는 박상옥 대법관의 후임 임명제청과 관련해 3월 17일부터 29일까지 전체 법원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설문은 “우리나라의 대법관은 총 14명입니다. 그 중 1명은 검찰 출신을 임명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있어 왔습니다. 귀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전국 법원공무원과 판사 등 법원구성원 970명이 응답에 참여했다.

답변에서 ‘잘못된 관행’이 75.3%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존중해야 할 관행’은 13.8%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9.8%였다.

법원본부는 “이전부터 ‘권력 나눠먹기식 검찰 몫 대법관 임명 관행’을 사법적폐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사법부 구성원들 대부분이 검찰 몫 대법관 임명관행을 잘못으로 지적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법원본부는 29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와 관련해 대법원에 의견서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하면서, 검찰 몫 대법관 임명관행을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본부는 의견서에서 “대법관 후보로서의 자격으로 ▲최고 법관에 걸맞은 윤리와 도덕성을 갖춘 인물 ▲현재 보수적인 법원장 등 고위법관 중심의 획일화된 대법관의 성향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회와 열린 사고로 소통하는 개혁적 성향을 가진 인물 ▲정치권력 등 내외부의 간섭 및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과 소수자 및 약자를 위한 소신 있고 일관된 삶의 궤적(판결이력, 인권운동경력 등)을 가진 인물 ▲사법행정권의 축소 등 법원의 민주적 운영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대법관회의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인물 ▲조합원 다면평가에서 부적격자 제외를 제시하며 이런 인물을 선정하라고 항상 요구해 왔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법원본부는 “이러한 대법관을 임명하라는 요구와 함께 검찰 출신의 대법관 임명의 반대를 명확히 했다”며 “특별한 기준 없이 검찰이라는 권력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구태의연한 관행은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법원본부는 “검찰 이외에 대한민국의 어떤 직업군도 대법관 자리를 할당받고 있지 않다”며 “‘검찰 몫’ 이라는 악습을 깨지 않는다면, 사법부는 추락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본부(법원공무원노조)는 “이러한 이유로 추천된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 셋 중 봉욱 후보자의 제청을 반대한다”며 “봉욱 후보자는 지검장까지 지낸 검찰 출신 후보자로 퇴임하는 검찰 출신 박상옥 대법관에 맞춘 후보자로밖에 보이지 않으며, 또 다시 악습을 그대로 이행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법원본부는 “국민들과 법원구성원들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검찰 출신 후보자는 자격이 없다”며 “악습을 깨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길 다시 한 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2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로 봉욱(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 천대엽(사법연수원 21기)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손봉기(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3명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과 의견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임 대법관 후보자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계획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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