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1일 “검ㆍ경 수사권 조정 합의를 환영하며, 정부와 국회는 검찰ㆍ경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라”고 촉구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별관(외교부 3층 국제회의장)에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정부합의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

사진=총리실 홈페이지
사진=총리실 홈페이지

이와 관련, 민변(회장 김호철)은 “형사절차는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정한 절차이므로 국민의 기본권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그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지닌 검찰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한을 행사해 왔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심대하게 침해되는 사례가 빈발해왔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이다. 다만 현실의 여러 상황으로 인해 과도기적으로 수사권 조정이 검찰 개혁의 핵심의제로 손꼽혀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검경수사권 조정은 역사적으로 수차례 논의의 국면이 있어 왔으나 매번 검ㆍ경의 대립으로 구체적 결론에 이르지 못한 연원이 있다. 이번 정부합의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엄밀한 분리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검경의 관계를 지휘ㆍ상명하복 관계에서 협력관계로 전환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강화시킨다는 측면, 제정 형사소송법에서 미루어졌던 경찰에 대한 수사권 부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65년 이상 끌어온 논쟁을 종식시켰다는 측면, 구체적인 검찰개혁의 첫 발을 떼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정부합의안에서도 미흡한 부분들은 발견된다고 말했다.

민변은 “첫째, 현 단계에서 검찰의 보충적 수사권을 인정하더라도, 정부합의안에 따른 검찰의 직접수사권 범위가 너무 넓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국민의 일상에서 자주 발생되는 다수의 재산범죄가 특수사건인 경제범죄에 포함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그러한 것인지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와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둘째,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민변은 “특히 정부합의안에 따르면, 검사는 사건의 성격 및 내용과 무관하게 공소제기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피의자 및 피의자 이외의 자의 조사 등 직접수사권을 보유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는 수사의 총량 통제라는 측면에서 현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동일하게 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방안을 모색하기 어려움에도, 정부합의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셋째, 사법경찰관의 1차적 수사종결권과 관련, 경찰의 수사절차 단계에서 수사가 중지되거나 중단되는 등 사실상 종결된 경우에 대한 구체적 통제 방안이 없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짚으며 “경찰에게 부여된 수사종결권 또한 남용의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심사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민변은 “넷째, 정부합의안에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경찰의 권한 분산을 위해 대통령 임기 내 자치경찰제의 전면적 도입을 천명했으나, 자치경찰제의 사무ㆍ권한ㆍ인력ㆍ조직 등 세부사항에 대해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의 결정에 일임하도록 했을 뿐 내용적 측면에서는 공허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다섯째,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더불어 경찰의 실천과제로 제시된 내용도 구체적이지 못한바, 경찰 수사 과정의 ‘인권옹호를 위한 제도’로서 문재인 정부가 이미 도입 계획을 밝힌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신속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정부합의안은 경찰대의 존속을 전제로 한 경찰대의 전면적 개혁 방안 정도를 경찰의 실천과제로 제시하고 있는바, 이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의 권한이 커진 만큼, 경찰이 순혈주의와 폐쇄주의에서 벗어나 소수가 한정된 권한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경찰대학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여섯째,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특히 정부합의안에서는 경찰의 부패범죄 등에 대한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인정했는데, 그 대칭 구도에 있는 검사의 부패범죄 등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렇게 문제점을 짚으며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민변은 “정부는 금번 정부합의안 도출로 검찰ㆍ경찰 개혁을 마쳤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정부합의안 자체로도 미진한 부분이 있는 만큼, 추후 ‘수사에 관한 일반적 준칙’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보다 세밀하고도 심도 있는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국회가 형사소송법 개정 및 공수처 설치 등 후속 작업을 힘 있게 해 나갈 수 있도록, 국회와의 안정적 협치 기반을 마련하고 필요한 협력과 지원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변은 “국회는 권력기관의 근본적 변화를 갈망했던 촛불혁명의 민심을 제대로 받들어야 할 당위와 의무가 있다”며 “현재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기한을 연장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 공수처 설치 등 인권친화적 관점의 검찰ㆍ경찰개혁 작업에 매진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