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법무부에서 추진하는 상속권상실제도 보다는 기존 민법 제1004조에 상속인의 결격사유를 더 추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직계존속들이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아주 간편한 방법으로 당신의 상속권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경고적 효과도 있다면서다.

이찬희 전 대한변협회장

지난 2월 22일 대한변호사협회장 임기를 마친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현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3월 17일 국회본관 영상회의실에서 <상속결격사유 개정 ‘국민 구하라법’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 가족법 대가라고 불리는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고(故) 하라씨 유가족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법무법인 에스)가 발제자로 나섰다.

토론자로는 이찬희 전 대한변협회장, 양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대표), 이영 양해연(양육비해결연합회) 대표, 정재민 법무부 심의관, 한정애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이 참여했다.

서영교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세상이 바뀌었는데 예전 법과 제도로 인해 아픈 사람들이 많다”며 “세월호 사고, 천안함 사건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연금과 위로금 등을 키우지 않은 생부와 생모가 받아가고 있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슬프다”고 말했다.

서영교 위원장은 “공무원구하라법, 군인구하라법은 통과가 되고 있는 상황에 제일 중요한 ‘국민 구하라법’은 논의가 원활하지 않다”며 “법무부는 일본의 상속권상실제도를 차용하겠다고 입법예고를 했는데, 오히려 국민에게 큰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부정적으로 봤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변협회장으로서 (구하라법) 이 안에 대해서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회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 법이 갖고 있는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저는 제도(법)와 현실은 2인3각인데, 어떤 경우에는 현실이 좀 더 앞서가면 현실에 맞춰서 법을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혁의 시대에는 진보적인 법이 만들어진다.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가 논의되는 것도 시대를 확 변화시키기 위해서 법을 먼저 만들고 현실이 따라가야 된다”며 “제도와 현실은 서로 어느 정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지만 박자를 맞춰야 한다. 박자를 못 맞추는 경우에는 2인3각에서 쓰러지듯이 경기에서 지게 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구하라법에 대해서 느끼는 국민정서 또는 시대정신,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자녀에 대해서 권리만을 행사하는 것이, 이제 우리 국민감정상 (맞지 않다)”고 봤다.

그는 “(자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상속권을 주장하는 부모가 나타난) 구하라씨 사건, 세월호 사건, 마우나리조트 사건들에 있어서, (상속권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국민정서를 법이 제도화시켜서 국민들의 현실을 따라가 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법이 만약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 2인3각에서 박자가 안 맞으면 넘어지듯이 그런 사회적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희 전 대한변협회장은 “저는 서영교 위원장님의 (구하라법) 안을 예전에 변협에 의견조회를 해왔을 때, 내부의 전문가들에게 위원회를 거쳐서 얻은 결론은, 이것은 결격사유에 들어가는 것이 타당하고, 입법취지에도 맞다”며 “그것에 대해서 좀 더 보완하는 식으로 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듣고, 저도 많은 공감을 했다”고 밝혔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법무부에서 상속권상실제도를 입법예고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사유가 ‘결격’이나 ‘상실’이나, 사유는 동일한 거 같다”며 “종전의 (민법 제1004조) 결격사유에 하나를 더 신설해서 그것에 따른 방법론을 1004조의 2로 구성하는 현재의 구하라법에 대한 서영교 위원장님의 개정안이 조금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

1.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2.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4.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5.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ㆍ변조ㆍ파기 또는 은닉한 자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법무부는) 상속권상실제도라고 규정돼 있지만, 어떤 경우든지 간에 ‘결격’이든 ‘상실’이든 다 법원이 관여하는 내용으로 돼 있는데, 어떠한 사유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법원의 관여 없이 일방적으로 형성되는 권리가 아니라면 이것을 법원이 관여해서 그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단지 그것을 (법무부처럼) ‘상실의 소’를 제기하는 좀 더 어려운 방법으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오히려 간단한 방법으로 확인을 구하고, 그것에 대해서 만약 이의가 있으면 상대방인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측에서 권리를 찾기 위해서 좀 더 적극적인 소송을 한다든지 행위를 하는 것이 국민감정상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은 1004조의 2(상속권상실선고) 조항을 신설하는 것인데, “가정법원은 피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상속인이 될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등이다.

이찬희 전 대한변협회장

이찬희 전 대한변협회장은 “어떤 ‘상실결격’으로 규정함으로써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게 법률로서 경고를 하는 것은, 우리사회 전체적으로 지금 구하라법 등에 발의된 내용 중 하나인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직계존속들에 대해서 어떤 경고의 효과, 즉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아주 간편한 방법으로 당신의 상속권이 상실될 수 있다는 그런 경고적 효과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제시했다.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저는 기존에 있던 민법 ‘상속결격사유’에 한 가지 사유를 더 추가하고, 거기에 대한 방법론을 1004조의 2에 규정하는 것이, 대한변협에서 상속법과 가족법 전문가들이 검토했던 그분들의 의견이 맞다”고 밝혔다.

반면, 이찬희 전 변협회장은 “종전에 해묵은 법을 굳이 ‘상실’이라는 방법으로 새로 신설하는 것이 현대 민법의 정신에 맞는지도 의문이 들었다”고 법무부 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서영교 위원장은 “구하라씨 경우, 천안함ㆍ세월호 사고ㆍ마우나리조트 피해자 유가족을 완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선 ‘상속권상실제도’가 아닌 상속결격사유를 개정하는 ‘국민 구하라법’ 통과가 필요하다”며 “이번 정책간담회를 통해 ‘국민 구하라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께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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