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펼쳤던 단체와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감시와 억압을 받았다는 불법사찰 문건들이 공개됐다.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이영기 변호사,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변호사

이에 시민사회는 “문건 내용이 참혹하다”, “이명박 정부가 예산낭비, 환경파괴의 상징인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4대강국민소송단,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은 1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MB정권 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다’는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8개 문건을 공개했다.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이영기 변호사,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변호사, 이오이 환경정의 사무처장, 류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양기석 신부, 맹주형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실장

먼저 지난 2월 5개 환경단체(녹색연합, 녹색교통운동, 생태지평연구소,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가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과 연대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반대 민간인 사찰 관련 문건을 국가정보원에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고, 국정원이 문서를 전달했다.

이들 문건은 2008년 12월~2010년 3월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성 이유에 ‘청와대(홍보기획관 등) 요청’ 등이 기재됐다. 또한 문건 배포 처로는 청와대 정무수석ㆍ민정수석ㆍ경제수석ㆍ교육문화수석, 대통령실장, 국무총리실장 등이 적시됐다.

기자회견 진행하는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문건들의 주요 내용 중 일부만 살펴본다.

문건1.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활동 동향 및 고려사항> 문건에는 “청와대(국가위기상황팀장) 요청에 따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동향과 활동계획을 종합하였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주요내용은 “좌파성향 단체들이 촛불집회 후 상실된 대정부 투쟁력 결집을 위해 ‘4대강 살리기’ 반대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공세 조기 차단책 마련 긴요”등의 내용과 ”반대단체들을 직접 견제할 대항마로 특정 보수단체를 지명하며 측면 지원, 정부부담 최소화” 등이다.

좌측부터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변호사

문건2. <4대강 살리기 반대 세력 연대 움직임에 선제 대응> 문건에는 “좌파성향의 운하반대ㆍ환경단체들은 정부의 본격 추진에 맞서 조직적 투쟁을 위한 상호연대를 획책하고 있어 사업차질 및 국민여론 오도 등 부작용 우려”의 내용이 적시돼 있다.

환경단체, 종교계, 학계, 언론 등에 대해 단체별 취약점 공략 등 맞춤식 대응으로 투쟁전열ㆍ의지 무력화 방안이 담겨 있다.

이 문서에는 “국정우언은 반대단체의 활동계획 및 핵심인사 취약점을 발굴, 초동단계부터 반대활동을 제어하는 한편 4대강 살리기 홍보자료 제작ㆍ여론 선점 등 사업순항을 지원하겠음”이라고 적혀 있다.

배포 처로는 청와대 정무ㆍ민정ㆍ국정기획 수석, 기획관리비선관 등이다.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이영기 변호사,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변호사, 이오이 환경정의 사무처장, 류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양기석 신부, 맹주형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실장 / 기자회견 진행하는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문건3. <주요 환경단체 관련 자료> 문건에는 “청와대 요청으로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는 주요 환경단체 및 핵심인물의 기본 신원자료ㆍ비리의혹 등을 종합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여기에는 환경단체 및 인물 관련 일탈 및 비리 현황이 담겨 있다. “환경운동보다 국정발목잡기에 주력”, “주요 단체와 간부진의 인물 비리 의혹” 등이다.

문건4. <4대강 사업 찬반 단체 현황 및 관리 방안> 문건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찬성ㆍ반대단체 현황을 점검하고, 찬성단체 육성 및 반대단체 견제를 위한 정부차원의 관리방안을 검토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또 “대통령의 운하 포기 선언(6.29) 이후, 4대강 찬성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 반대단체 제압ㆍ찬성단체 역량강화를 적극 추진, 사업 가속화”라고 적혀 있다.

특히 기자회견 단체들은 “당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요청사항으로 2009년 7월에 작성한 것으로 적시된 문서”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9년 7월 1일자인 이 문서의 상단에는 “6.26일 청와대(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적혀 있고, 배포 처도 ‘홍보기회관’으로 기재돼 있다.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이영기 변호사,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문건5. <4대강 사업 주요 반대 인물 관리 방안> 문건에는 “4대강 사업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사회ㆍ환경ㆍ종교단체 등의 주요인물 20명에 대한 ‘전담관’ 매칭 등 관리방안을 검토했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문서에는 사회단체 주요 반대인물은 3명.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을 ‘골수 좌파’로 분류했다. 환경단체 4명은 4대강 사업 반대활동의 구심점 역할 수행이라고 적혀 있다. 종교단체 4명에 대해서는 “종교적 신념을 내세우고 있으나 4대강 사업 반대활동을 종단 내 입지강화 및 개인적 명당 획득 등에 활용”이라고 기재했다. 그리고 지역환경단체 6명, 기자와 교수 3명에 대해서도 파악했다.

기자회견 단체들은 “당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요청사항으로 2009년 7월에 작성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고 밝혔다. 문서 상단에 “7.8 청와대(홍보기획관) 요청사항”으로 기재돼 있다.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이영기 변호사,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변호사, 이오이 환경정의 사무처장, 류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양기석 신부, 맹주형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실장

문건6. <종교계의 4대강 살리기 반대 활동 실태 및 순화 방안> 문건에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3대 종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4대강 살리기’ 반대활동에 나서고 있어 순화방안을 강구”라고 기재돼 있다.

발언하는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문건7. <4대강 사업 반대 교수 견제 조치로 활동 위축 유도> 문건에는 총리실장, 대통령실장, 민정수석, 경제수석 등을 배포 처로 하고 있다.

문서에는 4대강 반대 활동하는 좌파교수들을 문제교수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교과부는 문제교수가 소속한 대학을 대상으로 강의 출퇴근 등 복무규정 준수 여부 및 교원평가 실태 등을 엄격 점검, 부적절한 활동 견제”, “문제 교수들의 국고 지원금 및 연구용역 사업비 적정 사용에 대한 감사 등 추진”이라고 기재했다.

문건8. <국가 정체성 확립 관련 유관부서 회의 자료> 문건은 2010년 3월 24일자인데 주요 추진실적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건에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이영기 변호사,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변호사, 이오이 환경정의 사무처장, 류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양기석 신부, 맹주형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실장

이에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4대강국민소송단,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등 3개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대강 사업을 위한 민간인 불법사찰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에서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벌였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이 국정원의 구체적인 문서로 드러났다”며 “예산 낭비, 환경파괴의 상징인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았다”고 성토했다.

좌측부터 류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양기석 신부, 맹주형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실장

단체들은 “ 4대강 사업반대 운동을 펼쳤던 단체와 관련 인사들이 국가 차원의 감시와 억압을 당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이를 증거하는 구체적인 문건이 이번에 공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문건의 내용은 참혹하다.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당치 않은 정부 차원의 불법적인 획책으로 가득하다”며 “민간단체와 관련 인사들의 동향과 정보를 불법적인 사찰로 취득해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또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 법조인 등 대상에 따라 실행계획도 구체적”이라며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어용단체들에게 예산을 지원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국가정보원의 제안은 4대강 재자연화를 방해하고 있는 세력들의 민낯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단체들은 “4대강 사업 10년, 우리 강은 16개의 호수로 나뉘어 있다. 지금도 많은 환경시민단체, 종교인, 교수, 전문가, 법조인들이 강이 아닌 우리 강을 다시금 강으로 되돌리겠다고 분투 중이다”라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은 정치적 손익계산에 치여 공전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 선거철 표 계산에만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 드러난 민간인 불법사찰을 정쟁으로 이용만 하지 말고, 부정과 부패 그리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4대강 사업의 본질을 꿰뚫어 4대강 재자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좌측부터 이영기 변호사,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변호사

단체들은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단체와 인사들을 불법사찰하고 억압했던 주체는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였다. 국가정보원을 포함해 모든 국가 권력이 손발 역할을 했다”며 “그렇다면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언제고 반복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4대강국민소송단,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등은 뉴스를 통해 관련 사실을 완전히 부인하고 있는 박형준 전 청와대 홍보기획관을 비롯해 당시의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 법적인 책임과 도덕적인 책임을 따져 물을 것”이라며 “더불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측부터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발언하는 김영희 변호사

한편 4대강국민소송단에서 활동하는 김영희 변호사는 향후 계획에 대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각종 방송 인터뷰에서, 특히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공식적으로 자기는 ‘국정원 사찰에 관여한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허위사실 공표죄에 명백히 해당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17일 관할인 부산에 가서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후보를 고발하는 것은 이날 공개한 문건들 중에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요청사항으로’ 작성한 것으로 적시된 문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이영기 변호사,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변호사, 이오이 환경정의 사무처장, 류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양기석 신부, 맹주형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실장 / 구호 선창하는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한편 기자회견 사회를 진행한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다음과 같은 구호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이 따라 외쳤다.

“MB정부 국정원의 불법 민간인 사찰 규탄한다”

“불법 민간인 사찰 당사자들을 처벌하라”

“왜곡된 국가권력 민주의의를 유린한 국정원을 규탄한다”

“민주주의를 유린한 MB정부를 규탄한다”

좌측부터 김남주 변호사, 이영기 변호사,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영희 변호사, 이오이 환경정의 사무처장, 류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양기석 신부, 맹주형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실장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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