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은 9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실적성과평가제 도입 등 인사제도 개악을 저지른다면, 대법원장 퇴진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삭발하고 규탄 발언하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8일 대법원에 농성장 설치 후 삭발하고 규탄 발언하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날 “대법원은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지 마라! 대법원장은 실적성과평가제 도입을 즉시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다.

공무원노조는 “대법원이 추진 중인 법원공무원 실적성과평가제(이하 실적성과제)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2016년 양승태 대법원에서 추진하려다 노동조합의 반발로 무산된 ‘법원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을 기만적으로 이름만 바꿔 용도 폐기된 제도를 도입하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사제도 개악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패악질”이라고 규탄했다.

공무원노조는 “공직사회의 업무는 성과를 측정할 객관적인 제도적 장치가 불가능하고, 공직 특성상 상호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며 “그럼에도 대법원은 실적성과제를 도입해 동료 간에 무한경쟁을 부추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대국민 사법서비스의 개선이 아니라 평가를 위한 평가에 그칠 것이며, 구체적인 근거도 명분도 없는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졸속 평가가 될 것이 명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 내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실적성과평가제 반대를 외치는 법원공무원들 / 맨앞줄 박인창 인천지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경천 수석부본부장
대법원 내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실적성과평가제 반대를 외치는 법원공무원들 / 맨앞줄 박인창 인천지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경천 수석부본부장

공무원노조는 “또한 대법원의 인사제도 개악은 성과평가를 빌미로 공직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공직사회를 서열화해 법원공무원 노동자의 목에 굴종의 사슬을 씌워 권력 앞에 길들이기와 줄세우기를 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성과평가제도가 일터 괴롭힘의 원인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도 있다”며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과평가가 강화되면 구성원들이 극심한 경쟁구도에 놓여 다른 노동자를 동료가 아닌, 경쟁해서 이겨내야 할 상대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인식이 퍼지면 가해자들이 조직 내 생존을 위한 방어수단으로 타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먼저 시작했던 GE(제너럴일렉트릭), HP(휴렛팩커드), 후지쯔,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민간 대기업은 물론 미국의 공공부문까지 결국 성과주의를 중도 폐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제시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대법원의 실적성과평가제 도입 사태를 비단 대법원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며 “이는 공직사회 전체의 임금총량을 줄이고, 하위직 공무원노동자의 경쟁을 부추겨 노동력을 갈취하려는 시도”라고 봤다.

대법원 내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실적성과평가제 반대를 외치는 법원공무원들
대법원 내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실적성과평가제 반대를 외치는 법원공무원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실적성과평가제도 저지 총력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하고 결사저지 총력투쟁을 선포하며, 이인섭 법원본부장이 전격적으로 삭발, 단식 농성투쟁에 돌입해 2일째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노조는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본부의 요구를 외면하고 3월 11일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소집해 실적성과제 도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공무원노조는 이를 법원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14만 전 조합원의 문제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금 당장 실적성과제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또한 고질적인 인사적체와 법원공무원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노동조건 개선 등 인사제도 개선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만약 김명수 대법원장이 공무원노조와 법원본부의 요구를 무시하고 실적성과평가제 도입 등 인사제도 개악을 저지른다면, 법원본부 1만 조합원을 비롯한 14만 조합원과 함께 필사즉생의 각오로 대법원장 퇴진투쟁에 분연히 떨쳐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 대법원 농성장에서 삭발하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8일 대법원 농성장에서 삭발하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한편,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8일 전격적으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내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삭발 및 단식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이날 농성장에는 법원본부 전국 22개 지부의 지부장과 사무국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