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공무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진 투쟁’을 언급할 정도로 단단히 뿔났다.

대법원이 실적성과평가제(실적성과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실적성과평가제는 ‘성과평가제’라고 보면 된다.

대법원 내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실적성과평가제 반대를 외치는 법원공무원들 / 맨앞줄 박인창 인천지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경천 수석부본부장

법원공무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또 다시 법원을 죽음의 직장으로 되돌리려는가?”라고 따지면서 “법원공무원 줄세우기, 무한경쟁, 눈치보기식 실적성과제 도입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지난 2월 22일 본부운영위원회를 통해 대법원이 추진 중인 6급 이하 법원공무원에 대한 실적성과평가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법원본부를 ‘실적성과평가제도저지 총력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로 전환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법원본부는 그동안 여러 방식으로 실적성과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11일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소집해 실적성과제 도입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8일 대법원 농성장에서 삭발하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투쟁수위를 높여 8일 오전 전격적으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내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삭발단식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상원 법원본부 교육선전국장은 “이인섭 법원본부장이 오늘 단식농성에 들어갔다”며 “법원공무원노동조합에서 대법원 내에서 농성장을 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사안의 무게를 전했다.

삭발하고 규탄 발언하는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날 농성장에서 삭발 투쟁에 나선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현장 발언에서 “월요일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우리 법원동지들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며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농성장에는 법원본부 전국 22개 지부의 지부장과 사무국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 법원본부장은 “이번 주 3월 11일 사법행정자문회의가 개최된다”며 “이날 우리 법원공무원들한테는 매우 우려스러운 안건을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논의를 한다”고 전했다.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기존에는 인사 곧 평정이 우리의 승진만을 결정했다면, 이제 사법행정자문회의 논의결과에 따라서 평정이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고,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이런 논의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삭발한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특히 “이 (실적성과평가제) 안건이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통과되면 우리는 평정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고, 기존의 일상이 모두 바뀔 것”이라며 “우리 하위직들을 마루타로, 실험용으로 삼아서 시도하는 인사제도 개악은 반드시 막아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 내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실적성과평가제 저지를 외치는 법원공무원들 / 삭발한 이인섭 법원본부장

이인섭 법원본부장은 “3월 11일까지 앞으로 사흘 남았다. 저희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투쟁을 할 것”이라며 “조합원과 간부들이 일체가 되어서, 이 투쟁 반드시 승리했으면 한다. 실적성과평가제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삭발한 이인섭 법원본부장

실적성과평가제도저지 총력투쟁본부는 “심각한 단계에 들어간 하위직의 승진적체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서, ‘무한경쟁, 협업파괴, 줄세우기식’ 실적성과제를 도입해 현장 혼란을 부추기고 직원 상호간 불신을 조장하려는 대법원의 저의는 하위직을 노예상태에 빠뜨리고, 승진적체에 대한 하위직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불순한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총력투쟁본부는 “2016년 양승태 대법원에서 추진하려다 노동조합의 반발로 무산된 ‘법원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과 똑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번 제도 개악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묵과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 내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실적성과평가제 반대를 외치는 법원공무원들

총력투쟁본부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금 당장 실적성과제 논의를 중단하고, 노동조합과의 협의와 직원 의견수렴 등을 거쳐 민주적 방식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총력투쟁본부는 그러면서 “만약 실적성과제 도입을 강행할 경우, 투쟁본부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민주적 독재 대법원장으로 규정하고 퇴진투쟁에 돌입할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이용관 법원본부 사무처장

이 자리에서 진행을 맡은 이용관 법원본부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선창했고, 참석자들이 따라 외쳤다.

“하위직 다 죽이는 실적성과제 반대한다”

“시대역행 무한경쟁 실적성과제 폐기하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노조 의견 수렴하라”

“실적성과제 도입 시도, 대법원장 규탄한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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