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가 5일 검사제도의 역할을 짚으며 ‘수사와 기소 분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눈길을 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맨앞)

박판규 변호사는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등에서 판사로 재직했다.

박판규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고 나서 ‘범인이 맞다’고 하면, 법원이 피고인으로 재판하면 된다”며 “범인을 처벌하는데 있어 수사기관과 법원만 있어도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법에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역할을 원님이 직접 했었다”고 했다.

박판규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법원 사이에 굳이 ‘검사’가 들어간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왜 검사를 굳이 법률가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박 변호사는 “이유는 수사기관의 수사과정에서의 위법을 사전에 방지하고, 수사절차에 관한 형사절차 법률을 잘 준수하도록 하고, 이를 감시하기 위한 조직이 검사”라며 “그래서 모든 나라의 검사는 법률가다”라고 설명했다.

박판규 변호사는 “어느 역사나 어느 사회에서도 수사기관은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성급한 결론으로 범인을 오인하고, 이에 반대되는 증거를 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 무시하며, 유죄의 증거에만 매몰돼 필요한 증거의 확보를 위해 절차 위반의 유혹을 받게 된다”며 “수사기관이 진범을 잡았을 때도, 필요 이상의 과도한 수사를 할 개연성은 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대부분의 형사영화에서 형사소송법적 절차가 무시되는 것은, 사건에 대한 열의나 정의 또는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크면 클수록 절차 위반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며 “절차위반이 바로 인권침해”라고 짚었다.

박판규 변호사는 “따라서 수사기관은 검사라는 법률가의 상시적인 감시를 받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검사가 근대사법제도에 도입된 이유”라며 “검사가 인권보호기관이고, 준사법기관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그런데 우리나라 검사들은 ‘검사’라는 조직을 수사를 감시하는 기관이 아닌, 스스로 수사를 하는 기관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하며 “‘네가 검사냐?’ 할 때의 검사는 오로지 수사관일 뿐”이라고 지목해줬다.

박판규 변호사는 “이것은 시험을 보는 수험생이 수사기관이고, 채점을 매기는 역할이 법원이며, 시험감독을 하라고 검사라는 직책을 만들었더니, 검사가 수험생이자 시험감독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수험생이기 때문에 누구의 시험감독도 받지 않고, 자기도 수험생이기 때문에 시험감독업무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자기가 감독관인 것도 자주 망각하며, 오로지 자기 성적만 올릴 궁리만 한다”고 꼬집었다.

박판규 변호사는 “그리고는 시험감독이 제대로 됐는지는 상관없이 법원에 오로지 답안지(공소장)만 제출해 높은 성적을 받았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검찰에 일침을 가했다.

박판규 변호사는 “검사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과정에서의 위법을 막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고, 수사와 기소 분리가 그 전제”라며 “수사와 기소 분리는 형사절차에 민주성과 인권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누구도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 평가자가 될 수 없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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